조만간 공개될 지난해 홈플러스 실적(2022년 3월~2023년 2월)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올 상반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 조건보다 더 나쁜 조건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의 리파이낸싱을 위해 금융기관과 접촉해 왔습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8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4조3000억원 가량을 빌렸는데, 이 중 6000억원 가량이 아직 남아있고 추가로 홈플러스의 내부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약 1조원 가량을 조달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았습니다. 금융기관은 MBK파트너스에게 차입금융으로 두 자릿대 초반 이자율을 제시하고, 남아있는 홈플러스 알짜 부지에 대한 담보권 설정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자율도 높은데, 담보권까지 결코 좋은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인데요. IB업계 관계자는 “앞다퉈 자금을 대겠다는 금융기관은 없었다”면서 “홈플러스의 실적 개선세가 확연하지 않을 때 자금을 넣는 입장에선 일종의 안전장치로 담보권 설정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단 홈플러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다른 마트 대비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쿠팡이 이마트(139480), 롯데와 어깨를 견주는 등 최근 몇년간 유통업계의 판도가 바뀌는 동안 홈플러스가 변화 대응에 늦었다는 것이죠.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이후 홈플러스는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점포를 매각해 인수금융부터 갚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대전탄방점, 부산 해운대점,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등 점포 10곳을 매각하고 일부는 폐점, 일부는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공시한 2021년 회계연도의 홈플러스 영업손실액은 133억원, 당기순손실은 3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된 영향도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렸고,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기업회생 신청 방침에 따른 레고랜드 쇼크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후폭풍을 앓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접한 MBK파트너스는 어차피 차입금융 만기 차환이 내년 10월이라는 점에서 상황을 더 두고 보겠다면서 리파이낸싱 계획을 접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자금 상황이 급하지 않고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메가푸드마켓 등으로 점포를 새로 꾸미면서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실적이 계속 나빠진다면 MBK파트너스가 올 상반기 받았던 인수금융 차환조건을 다시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IB업계 시각입니다.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변경했습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점포매각과 제한적인 설비투자로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 저하 ▲2021~2022 회계연도의 영업적자 전환 및 2022~2023년 회계연도 영업적자 폭 확대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등을 등급 조정 요소로 꼽았습니다.
유통업계는 치열한 생존 경쟁 중입니다. 한 대형마트 임원은 “정리될 곳은 정리되어야 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이익 기대치는 낮추고 버티기에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마트 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를 원하는 곳이 생길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너무 비싸게 샀고, 홈플러스 자체가 고유한 경쟁력을 잃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산업군이라는 점에서 일말의 희망을 걸어볼 만 하지만 현재로선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 내지는 골칫덩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