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280360) 영등포 공장을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과 같은 헤리티지 쇼핑몰로 바꾸겠다.”

야심차게 밝혔던 계획과는 달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롯데웰푸드 영등포 공장의 개발 계획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등포 공장을 개발하려면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전체적인 시행 계획을 잡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다.

그래픽=손민균

5일 유통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영등포 공장 개발 구상안이 1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논의를 이어가는 단계도 아니다. 사업 진척이 더딘 것은 그룹 내부에서 아직 이 프로젝트를 꾸려갈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롯데웰푸드 영등포 공장은 부지 자체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과 같은 헤리티지 쇼핑몰로 개발하자는 그림이었다.

영등포 공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국내 첫 종합식품회사인 롯데웰푸드(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최신식 제조 공장으로 만든 곳이다. 롯데그룹의 태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단순히 아파트나 오피스를 짓는 것보다는 영등포 공장 부지는 헤리티지 쇼핑몰로 거듭나는 것이 여러모로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당장 영등포 공장 부지 규모(1만1926㎡)나 뉴욕 첼시마켓의 규모(1만8743㎡)가 비슷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뉴욕 첼시마켓과 같은 개발이라면 영등포 공장이 롯데그룹에서 갖는 상징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계획 추진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업이 지지 부진한 이유를 세가지로 꼽았다.

당장 프로젝트를 이끌고 갈 주체가 없다. 롯데그룹의 부동산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롯데물산의 경우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가득하다.

롯데물산은 올 초 호텔HQ 소속에서 지주사로 편입됐다. 베트남 시장을 필두로 해외 거점을 넓히기 위한 컨트롤타워로 롯데물산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당장 8월 개점할 롯데몰 하노이 자산관리 사업을 잘 이끄는 것이 롯데물산 입장에선 더 중요한 현안이다.

아울러 디자인 혁신 경영의 본보기로 영등포 공장의 헤리티지를 살리는 디자인 구상에 나서려던 롯데디자인센터는 수장이 공석인 상태다. 지난 1월 말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교수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아직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건설 개발 상황이 쉽지 않은 것도 이유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처럼 금리가 오른 것은 아니지만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선 대규모 차입이 필수적인데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넣을 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 관계자는 “초장기 계획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라고 봐야 한다”면서 “현안부터 해결하고 차근차근 개발에 나설 예정으로 당장 사업 진척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