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과정을 검토하기 위해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접 수산물 가공품을 판매하는 제조사 뿐 아니라, 대형마트 등도 소비자들이 국내산 수산물을 외면할 것으로 우려해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마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경우 수산물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이를 대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수산물 관련 매출이 1000억원은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영향과는 별개로, 초반에는 국민들의 거부감이 무척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이르면 올 여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찰단 파견을 계기로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방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해 정도를 떠나, 국민들은 방사능 관련 성분이 식품에 영향을 주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이 있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주부 최시연(64)씨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동안은 생선이나 조개를 사먹지 않을 것 같다”며 “몸에 미치는 영향은 한참 후에 나타날 수도 있어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찰단의 검증 결과와는 관계 없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한 매출 감소 전망은 마트 뿐 아니라 식품 제조사에도 깊은 걱정 거리다. 수산물을 원료로 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특히 크다.
앞서 지난 2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재로 열린 12개 식품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간담회에서 동원산업(006040)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크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물의 경우 배양육, 식물성 대체육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바로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업들은 대신 사육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대규모 양식장을 만들거나, 식물성 대체육 등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식품기업에서 부는 대체식품 열풍도 안전한 원재료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동원산업은 미래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연어 양식에 주목, 강원도 양양군에 ‘스마트 연어 양식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총 2000억원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동원F&B는 최근 창사 이래 최초로 41년만에 대체육으로 만든 참치 통조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GS건설과 친환경 연어 양식 산업을 위해 지난해 7월 부산 부경대 내 6만7320㎡ 규모 용지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 건립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