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발렌타인(Ballantine’s)이 국내에 ‘마스터클래스 콜렉션(Masterclass Col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40년 숙성한 고연산(高年産) 위스키를 선보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4일 서울 강남구 메종르서클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콜렉션(Ballantine’s Masterclass Collection)’을 이달 중 우리나라에 6병 한정 출시한다고 밝혔다.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콜렉션’은 이름처럼 최소 40년 숙성한 원액으로 그레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다.

위스키는 참나무통(캐스크·cask) 안에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일정 부분이 사라진다. 위스키 원액은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공기 중에 노출된 부분이 증발하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보통 1년에 2~3%가 날아간다고 알려졌다. 40년 산이면 처음 원액을 넣었을 때에 비해 절반이 사라지고 50~60%만 남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 40년 동안 숙성하면서 들인 공간과 인건비에 대한 비용, 더 빠르게 출시했으면 거둘 수 있던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40년산 위스키 가격은 기하급수로 불어난다.

국내 주요 면세점을 기준으로 발렌타인 주력 제품에 해당하는 12년(1리터)과 17년(700밀리리터)은 각 40달러(약 5만4000원)와 80달러(10만7000원) 안팎이다.

고급 제품군으로 분류하는 21년과 30년은 700ml 기준으로 145달러(약 19만3000원), 400달러(약 53만원) 정도에 팔린다.

그러나 발렌타인 40년은 생산량이 극히 한정돼 있어 거래되는 물량 자체가 드물다. 해외 유력 위스키 사이트에 따르면 발렌타인 40년은 보통 1년에 100병 안팎만 생산한다. 이번 마스터클래스 콜렉션 역시 108병만 만들었다.

그만큼 가격도 높다. 위스키 종주국 영국 혹은 세계 최대 주류 시장 미국에서 팔리는 일반 발렌타인 40년 가격은 1만달러를 웃돈다. 우리 돈으로 치면 1400만원에 가깝다. 이조차 위스키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국내 주세 체계와, 이번에 선보인 마스터클래스 콜렉션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는 훨씬 높게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출시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발렌타인 마스터클래스 콜렉션을 한차례씩 선보일 계획이다.

마지막 제품이 나오는 2027년은 발렌타인 창업주 조지 발렌타인이 처음 위스키를 팔기 시작한 1827년으로부터 딱 200년 되는 해다.

발렌타인 5대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은 이날 간담회에서 “발렌타인 마스터클래스 콜렉션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어떻게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며 “이 제품은 발렌타인 200년 역사를 기념하는 제품으로, 사람들이 최고의 정점에 이른 발렌타인 궁극의 위스키라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선보인 마스터클래스 첫 제품 주제는 ‘더 리멤버링(The remembering)’으로 잡았다. 말 그대로 발렌타인을 세우고, 브랜드 가치를 지켰던 이전 마스터 블렌더들에 대한 예우와 기억을 담았다.

히슬롭은 “선대 마스터 블렌더였던 잭 가우디는 점심을 먹고 위스키 증류소 주변을 산책하는 도중에도 증류소에서 풍기는 향기에 신경을 썼을 정도로 철저했던 사람”이라며 “그에게 배운 감각에 대한 기억을 살려 이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잭 가우디는 1959년부터 1994년까지 발렌타인 마스터 블렌더를 맡은 위스키업계 전설이다. 이후 발렌타인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로버트 힉스 마스터 블렌더 시대를 거쳐 2005년부터 현재 샌디 히슬롭 시대를 맞았다.

저는 지금 이렇게 마스터 블렌더로 성장하기까지
선대 마스터 블렌더 잭 가우디로부터
다양한 풍미를 기억하고 설명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위스키를 마실 때
나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담은 나만의 단어집을 만들어 보세요.
절대 다른 사람들이 쓰는 단어를 그대로 따라해선 안됩니다.

남들은 아직 알지 못하지만
나만이 아는 향미에 대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끄집어 내길 바랍니다.
샌디 히슬롭(Sandy Hyslop) 발렌타인 마스터 블렌더

이번 위스키를 만들 주된 원액은 히슬롭이 선대 마스터 블렌더와 같이 거닐던 ‘덤바턴 증류소(Dumbarton Distillery)’에서 가지고 왔다. 히슬롭은 이 곳에서 가우디에게 처음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가우디에게 처음 위스키를 배우던 당시 덤바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손에 꼽히는 그레인 위스키 증류소였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 증류소 소유권이 바뀌고, 이 지역이 주거 지역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은 철거되고, 결국 2002년 증류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로지 그곳에서 만들던 위스키 원액만이 남았다.

히슬롭은 이 가운데 40년 이상 묵은 원액을 엄선해 다른 증류소의 40년 이상 숙성 원액과 섞어 이번 더 리멤버링에 담았다. 원액은 덤바턴 증류소가 가진 역사성과 이전 마스터 블렌더의 손길을 그대로 담기 위해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로 병입했다. 캐스크 스트렝스는 위스키를 숙성한 참나무통 속 원액에 물을 섞어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병에 넣은 제품을 말한다.

히슬롭은 “40년 숙성한 원액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며 “상업적으로 이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생각은 없고, 오로지 소량으로 만들어 소수의 소비자에게 남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콜렉션은 오래 묵은 원액에서 나오는 복합적이면서도 조화로운 풍미를 자랑한다.

히슬롭은 “겉보기에 진한 호박색과 금색이 섞인 이 위스키가 코에서는 살구와 오렌지 머멀레이드향을 중심으로 계피와 생강의 알싸함과 견과류 향을 뿜어낸다”고 평가했다. 입에서는 “붉은 사과를 토피(toffee·부드러운 서양식 카라멜)로 감싼 듯한 달콤함이 다크 초콜릿 맛과 조화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번 제품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히슬롭은 “한국 소비자들은 발렌타인을 그저 받아들이고 사랑해줄 뿐 아니라, 그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해준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한국 시장에 상징적인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