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에 고객들이 쌓아둔 선불 충전금이 지난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새 4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 서비스가 고도화된 이후 이용객이 지속 증가하면서 고객들이 쌓아두는 돈도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엔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 카드 이용 회원이 1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래픽=정서희

13일 스타벅스코리아(법인명 에스씨케이컴퍼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스타벅스의 계약 부채 항목 가운데 선불 충전금을 의미하는 선수금은 약 29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 2021년 선수금(2503억원)보다 약 19%(480억원) 늘어난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선수금 규모는 2018년 941억원에서 2019년에는 1292억원, 2020년에는 1801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5년 만에 3배 가까이 선수금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선수금을 적립할 수 있었던 비결은 편리한 사이렌오더 도입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꼽힌다. 사이렌오더는 지난 2014년 전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처음 출시한 서비스다.

사이렌오더는 매장 방문 전에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어 혼잡한 시간대에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편리함 덕에 이용자들이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사이렌오더와 연동된 스타벅스의 선불식 충전 카드인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의 회원 수는 올해 1월 1000만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커피 전문점들이 앞다투어 애플페이 도입을 홍보하고 있는데도, 스타벅스는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미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자체 앱의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굳이 애플페이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해석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에 대해 100% 보증보험을 들었으며,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따로 세운 것은 아니며, 적당한 시점에 결제 수단을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계열 관계자들은 스타벅스를 두고 ‘신세계그룹의 얼굴’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신세계그룹 계열 회사 중 이미지가 세련되고 좋으면서도 대중과 친근하고, 수익성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는 승승장구하던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해였다. 매출액은 2조5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22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7%였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8~2020년까지 8~9%대였다가 지난 2021년에는 10%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 시기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이 8%대, 신세계푸드(031440)의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았던 것이다.

이는 지난해 스타벅스의 고객 증정품 중 하나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면서 자발적 회수 조치를 한 데 따른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캐리백을 반환한 고객에게 무료 음료 쿠폰,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지급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썸머 캐리백 논란 이후 올해를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