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재료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육가공의 미래일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 육가공 업계의 화두는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클린라벨(전성분 공개)'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넘어 영양 구성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김경대 에쓰푸드 식품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본사에서 'LESS 잠봉 스테이크' 제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에쓰푸드 본사에서 만난 김경대 식품연구소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LESS 잠봉스테이크'를 개발했는데, 출시 이후 1년 6개월 동안 약 3만개 판매됐다.

'LESS'는 존쿡 델리미트로 더 잘 알려진 에쓰푸드가 지난 2021년 5월 최소한의 재료로 깨끗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출시한 육가공품 브랜드다.

LESS 제품들은 지정 농장에서 기른 돼지에서 나온 돼지고기에 가공하지 않은 재료와 유기농 설탕·소금·천연 향신료만을 더해 만들어진다. 육가공품에 흔히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 보존료, 합성향료, 에리토브산, L-글루탐산나트륨 등의 화학 첨가물과 보존료는 일절 쓰이지 않는다.

또 LESS라는 브랜드가 가진 '덜하게'라는 의미를 바탕으로 다른 육가공품 대비 염도도 30% 낮췄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LESS 잠봉스테이크는 '2022 푸드앤푸드테크 대상' 일반식품 육가공 부문 베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소장은 "원물 위주로 생산하기에 가격 문제로 회사의 대표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깨끗한 음식을 요구하는 학교 급식이나 고급 외식업장 등으로 점차 판매가 늘고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LESS 브랜드는 푸드앤푸드테크에서 상을 받은 제품 외에도 6종의 제품이 더 있고, 애초 11개 제품 출시를 목표로 기획됐다"면서 "결국은 LESS 브랜드가 지향하는 부분으로 육가공 업계가 가야 한다고 보고 제품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LESS 브랜드 제품들은 첨가물·보존료 등을 빼고 염도도 낮추면서 출시된 만큼 출시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김 소장은 "보존성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점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높은 염도에 보존료를 사용해 소비기한이 매우 긴 일반적인 햄 제품과 달리 LESS 제품들의 경우 열흘 정도로 소비기한이 짧다.

이러한 소비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즙이나 과채음료, 유가공품 등에 사용하는 멸균 방식인 초고압 미생물 살균 처리 방식(HPP)이 사용됐다. 김 소장은 "1기압이 보통 1.013bar인데, 6000바(bar) 정도의 높은 압력으로 원물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미생물을 살균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HPP 방식은 소비기한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가열하면 일어나는 단백질 구조의 변형을 막아 맛과 식감 역시 최대한 살릴 수 있었다"면서 "HPP 설비 한 대를 들여놓는 데만 수십억원이 들지만, LESS 브랜드를 탄생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가 이뤄졌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이러한 LESS 브랜드 정신을 일반 제품군에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 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일반식품 육가공 부문 대상에 선정된 '케이준 치킨 킬바사' 등도 불필요한 색소와 첨가물·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김 소장은 특히 케이준 치킨 킬바사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케이준 치킨 킬바사는 에쓰푸드의 대표 제품인 '킬바사' 제품의 후속 모델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사용한 본 제품과 달리 닭가슴살을 활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김 소장은 "퍽퍽한 식감을 가진 닭가슴살로 톡 터지면서 부드럽고 육즙이 넘치는 킬바사만의 특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품 개발에 걸린 2년여 동안 테스트 제품만 340개가 나왔는데, 1만번쯤은 소시지를 먹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킬바사만의 특징을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 입자의 크기, 닭가슴살을 치대는 정도, 염지 시간, 염지 후 숙성해 소시지 케이싱(껍질)에 닭가슴살을 채우는 정도 등을 모두 다르게 해 최적의 비율을 찾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케이준치킨킬바사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약 17만개 팔렸다. 개당 6880원에 팔리고 있으니 약 1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앞서 출시된 회사의 대표 제품인 킬바사의 경우 약 80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에쓰푸드의 제품 개발 역량은 김 소장이 속한 에쓰푸드의 식품연구소에서 나온다. 에쓰푸드는 2005년부터 식품연구소를 기업 부설 연구소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김 소장은 "2005년 3명으로 시작된 연구소가 지금은 6개 팀에 23명이 속해있다"면서 "새로운 식문화를 고객에게 경험하게 만들자는 사명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에쓰푸드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3040억원의 매출액에 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2021년에는 4357억원의 매출과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성장을 이어갔다고 에쓰푸드는 설명했다.

에쓰푸드는 존쿡 델리미트 등 육가공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 및 제품 개발력을 바탕으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2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간편식품 스프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하이프로틴 치킨 초리조 토마토 스프'가 그 일환이다.

김 소장은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한 끼의 영양 밸런스를 온전히 맞춘 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결국 회사의 사명에 맞춰 식사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