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가 생맥주 기자재 회사인 비어테크를 관계기업에서 제외했다. ‘맥주의 미식 문화 창조’를 목표로 비어테크에 투자해 맥주·기기 동시 공급 전략을 펴기도 했지만, 결별을 택했다. 수제맥주의 중심이 생맥주에서 캔·병맥주로, 술집에서 편의점으로 변한 탓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해 비어테크 지분 35%를 비어테크에 전량 양도하고 관계기업에서 제외했다. 2018년 7월 지분 30%를 확보하며 공동 경영에 나선 지 4년 만이다. 신수정 제주맥주 재무실 과장도 작년 10월 비어테크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제주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위치한 제주맥주의 양조장. /조선DB

비어테크는 경기도 고양시에 본사를 둔 맥주 장비 서비스 회사다. 2018년 설립된 신생 회사지만, 맥주 전문점을 찾은 손님이 직접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게 한 개방형 생맥주 기기로 한때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맥주가 잔 아래서 차오르는 ‘리버스탭’ 국내 총판도 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유흥 채널 확장을 목표로 비어테크를 택했다. 개방형 생맥주 기기와 제주맥주 생맥주를 동시 공급하는 전략이었다. 2017년 8월 본사를 둔 제주를 시작으로 유흥 채널에 진출했지만, 인지도 부족 등으로 전국 확장은 물론 서울·수도권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는 때였다.

제주맥주의 비어테크 투자 효과는 좋았다. 2018년부터 하반기부터 수도권 및 영남에 속속 진출했고, 2020년에는 충·호남 및 강원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다. 제주맥주 운영·재무총괄인 조은영 상무가 비어테크 기타비상무이사에 직접 올라 영업 등 공동 경영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 효과가 오래 가지 못했다. 제주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캔 맥주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2020년 주세법 개정에 발맞춰 편의점 ‘4캔 1만원’ 상품을 구성하고 나서면서다. 수제맥주 주요 판매 채널 역시 이 시기 맥주 전문점에서 편의점으로 변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과거 전국 확장이란 공동의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비어테크와 손을 잡고 공동 영업을 했었다”면서 “여전히 유흥 채널에서의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병·캔 상품을 갖췄고 또 반드시 투자 관계가 아니어도 된다는 판단에 지분 처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래픽=편집부

다만 일각에선 제주맥주의 재무 부담이 이번 지분 처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이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 비어테크 보유지분 가치는 꾸준히 떨어졌다. 애초 1억2000만원을 넘었던 장부가치는 2021년 8000만원대로 지난해 6500만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맥주는 현재 비용 감축, 실적 개선 벼랑 끝에 놓여있다.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5월 국내 최초의 수제맥주 제조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적자가 계속되며 상장사 타이틀이 족쇄가 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적자가 4년 연속되면 관리종목, 5년 연속되면 상장폐지를 적용한다. 제주맥주는 상장 첫해인 2021년 13억원 흑자를 목표했지만, 7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16억원으로 적자가 더 늘었다. 지난해에는 매출마저 전년 288억원에서 240억원으로 감소했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주가 역시 꾸준히 내리고 있다. 17일 증권시장에서 제주맥주는 152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32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 첫 거래일(2021년 5월 26일)에 장중 6060원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2년 만에 75% 가까이 떨어졌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비어테크 지분 가치가 하락해 3500만원가량을 손상 처리해 양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치 하락 등 비용 문제보다 맥주 기자재 거래를 반드시 투자 관계기업 한곳에서 하는 것보다 다양한 곳에서 하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해 처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