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시장의 역사는 짧다. 물지게로 동네를 누빈 물장수 외에 ‘먹는 샘물’을 병에 담아 파는 ‘생수 장사’는 30년이 안 됐다. ‘수돗물 불신 유발’을 이유로 정부가 물 판매를 막았다. 이후 수돗물 중금속 검출소동 등이 계속된 1995년에야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 판매를 허용했다.

허용 첫해 풀무원(017810)이 ‘풀무원샘물’을 냈고, 롯데칠성음료와 제주도까지 잇따라 생수 장사에 나섰다. ‘누가 물을 사 먹겠느냐’는 비아냥이 일기도 했지만, 2021년 생수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2조4700억원으로 커졌다.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가 물이다.

삼다수 gif

이중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는 국내 물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주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가정용·소매 판매 기준)은 지난해 35%로 집계됐다. 2위인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의 점유율은 약 12% 수준이다.

◇ ‘신뢰’ ‘희소가치’ 갖춘 제주도 공기업의 물

제주 삼다수는 1998년 3월 처음 시장에 나왔다. 1997년 나온 아이시스보다 늦게 시장에 나왔지만, 출시 첫해 88억원 매출을 올리며 곧장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작년까지 시장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28년 생수 시장 역사에서 25년째 1위다. 작년 매출은 3350억원이다.

제주도는 생수 시장이 허용된 때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마실 물이 없는 섬으로 통했지만, 1970년대 수원 조사 과정에서 한라산 아래 막대한 양의 천연 지하수가 있다는 점이 발견됐고, ‘제주도=청정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생수 사업을 하자는 공감대가 도내에 일었다.

제주도는 이후 제주도 지방 공기업만이 생수 제조·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제주도 특별법 내 조례를 제정, 1995년 3월 제주도지방개발공사(현 제주도개발공사)를 설립했다. 16억400만톤 지하수의 보존을 위한 제한이었지만, 제주 삼다수의 신뢰도, 희소가치까지 높이는 효과를 냈다.

제주 삼다수 공장 준공식.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제주 삼다수의 내륙 유통·판매를 광동제약이 맡고, 제주도에서는 500㎖ 한통을 400원에 파는 것도 제주 삼다수를 만드는 곳이 지방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비롯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장을 지낸 김인규 시장이 제주도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맡아 1998년 먹는 샘물 공장을 만들었다.

◇ 청정 제주 이미지 드러낸 브랜드명도 주효

제주 삼다수는 제주도가 만드는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물’로 입소문이 나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판매 첫 달인 1998년 3월 매출 9억원, 다음 달에는 18억원어치가 팔렸다. 무더위가 시작된 6월에는 비축 물량이 동났다. 보리차 티백의 최대 경쟁자가 제주 삼다수라는 말이 돌았다.

제주 삼다수의 인기에는 브랜드명도 한몫했다. 예로부터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던 제주도의 별칭을 그대로 가져와 ‘삼다도의 물 제주 삼다수’라고 홍보했다. 브랜드 가칭이었던 ‘한라산수’와 두고 경쟁한 소비자 조사의 결과로, 당시 정한 상표와 글씨체는 지금도 같다.

제주 삼다수 브랜드명은 생수 브랜드들이 지명을 앞세워 깨끗함을 강조하게 된 시초로도 불린다. 예컨대 지명을 앞세워 깨끗함을 강조하는 해태htb의 생수 브랜드 ‘강원 평창수’,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B) 생수로 선보인 ‘봉평샘물’도 모두 제주 삼다수에서 지명 활용에 기원을 뒀다.

제주도 지층구조.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 삼다수 원수인 화산암반수의 진짜 품질 알리기에도 힘을 쏟았다. 원수의 품질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R&D혁신센터’를 마련하는가 하면 현무암 등 화산암석에서 유래한 미네랄 함량 등 물맛 자신으로 국제 품평회에도 꾸준히 제주 삼다수를 출품하고 있다.

◇ 물류 이원화·정기 배송 구축…해외 공략 속도

25년 독주체제의 제주 삼다수에도 위기는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일본 후생성 수질검사 기준합격 등으로 수질 신뢰를 높이고, 2008년 공장을 증설하며 50%까지도 올랐던 점유율이 2010년대 중반 들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25%대로 떨어졌다.

오직 제주도 안에서만 생산되는 탓에 유통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적재 효율 개선을 위해 적용한 사각병 디자인도 통하지 않았다. 물류비가 반영돼 다른 생수에 비해 비교적 비싼 가격도 제주 삼다수의 한계로 여겨졌다. 특히 2020년 대형마트의 PB 저가 생수가 쏟아졌다.

제주 삼다수는 ‘소매용’과 ‘도매용’으로 유통을 이원화해 물류 적체에 대응하고, 동시에 정기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또 가치 소비 흐름 공략을 통해 가격 장벽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페트병 무게를 줄인 생수를 출시, 현재 전체 생산량의 약 30%를 무라벨 제품으로 생산한다.

제주 삼다수 생산공장.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해외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중국, 대만 중국, 대만, 미국 등 전 세계 20개국에 제주 삼다수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로도 수출국을 넓혔다. 전체 매출의 1% 수준인 해외 매출을 2025년 10% 수준으로 올린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