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더구나 유행이 순식간에 바뀌는 유통업계에서 10년 이상 장수하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비즈는 유로모니터와 협업해 주요 소비재 제품군들의 최근 5년간 시장 점유율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은 장수 브랜드를 골라 소개한다. 제품의 개발, 시장 안착, 브랜딩 관리 등 ‘브랜드 스토리’를 담는다. [편집자주]
1971년 12월 출시지난해까지 2조2300억원 어치, 84억8000만봉 판매2022년 한 해 매출만 1000억원
농심(004370) ‘새우깡’이 반세기 동안 거둔 성적표다. 고소한 특유의 맛은 물론,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 가”라는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CM 송으로 새우깡은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새우깡은 출시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굳건한 인기를 자랑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와 2021년, 새우깡의 과자 시장 점유율은 7.7%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 새우깡을 먹고 자란 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새우깡을 즐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과자가 됐다.
◇ “새우깡 좀 주세요” 트럭들 장사진…1년 만에 생산량 20배로 늘려
새우깡은 대한민국 최초의 스낵이다. 새우깡은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장에는 새우깡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지방영업소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 점주들로 북적였다. 첫해 생산량이 20만6000박스에 불과한 데 비해 그다음 해는 20배가 증가한 425만상자가 생산됐다. 1971년 당시 새우깡이 가격은 50원(100g)이었다.
새우깡이 출시됐던 1971년 당시 제과업체들은 비스킷과 사탕, 건빵 등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다 보니 백지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한 농심 연구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개발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 트럭 80여대분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초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농심 연구원들이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웠기 때문이다. 먹기에 가장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이나 했다고 한다.
수백 번의 실험 끝에 농심은 가열한 소금의 열로 새우 반죽을 구워 만드는 방식을 찾아냈다. 기름에 직접 튀기지 않아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풀어 올라 특유의 바삭한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새우깡 특유의 고소한 맛의 또 다른 비법은 생새우를 넣는 것이다. 실제로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 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 소금구이 맛을 살리자는 게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 “아리깡 아리깡” 창업주 어린 딸이 잘못 부른 노래서 아이디어
새우깡의 빠른 인기에는 친근한 브랜드명도 한몫했다. 새우깡의 ‘깡’이 한국의 옛 서민 음식인 ‘깡밥’ 또는 ‘깡보리밥’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 이름은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선대회장의 어린 딸이 ‘잘못 발음한 노래 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걸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딸인 신윤경씨는 당시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아리’를 떼고 ‘새우’를 붙였다. 그렇게 새우깡은 탄생했다.
새우깡은 국내 최고령 스낵이지만 젊은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0년 전국에서 ‘깡 열풍’이 불며 새우깡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떠올랐다.
가수 비(정지훈)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의 뮤직비디오가 온라인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당시 깡 열풍에서 새우깡을 떠올렸고, 가수 비를 새우깡 모델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농심은 이에 응답하며 지난 2020년 6월 자연스레 깡 열풍에 합류했다.
새우깡 역시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동향을 반영해 브랜드 제품군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오리지널 새우깡(1971년 12월 출시)에 ▲매운 새우깡(2000년 4월) ▲쌀 새우깡(2004년 6월), ▲새우깡 블랙(2021년 10월) 등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