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평균 매출 28.05%, 영업이익 62.25% 증가

법인 설립 24년 차를 맞이하는 은하수산의 2021년 성적표다.

2019년 사업기획팀을 신설하고 원물에 가깝던 기존 제품들을 다양한 형태의 가공 제품으로 출시하고, 캐릭터 ‘뽀로로’ 등과 협업을 진행한 패키지를 적용한 덕분이다. 해당 제품 중 4개는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베스트오브베스트, 대상, 컨슈머초이스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은하수산의 올해 목표는 판매 채널을 확대해 매출 18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향후 수산물 가공을 넘어 고객의 식탁에 올라가는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종합식품기업이 되겠다는 전인대 은하수산 부회장을 지난달 26일 부산 강서구 은하수산 본사에서 만났다.

전인대 은하수산 부회장은 회사가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제품 품질에 신경을 많이 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양범수 기자

전 부회장은 성장의 분기점이 된 시기를 2019년으로 꼽았다. 당시 회사는 매출 800억~900억원대에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도약을 위해 사업기획팀을 신설하고, 신규 설비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전 부회장은 “회사의 신제품이 기존에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만들어졌다면, 2019년부터는 우리가 시장을 분석해 상품을 먼저 개발하고 고객사들에 제안하는 형태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들로 컬리·쿠팡 등 온라인 채널을 포함해 오프라인에서도 신규 판로를 개척했고, 증설된 설비를 통해 대량생산을 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은하수산에 사업기획팀이 만들어지던 2019년 매출은 874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신제품의 성과에 힘입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매출 1431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올렸다.

2021년에는 본사 옆에 연면적 2000평(약 6611.57㎡) 규모의 제2공장 및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전 부회장은 회사의 성장을 이끈 ‘효자 상품’으로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컨슈머초이스에 선정된 ‘뽀로로와 함께 먹는 순살 생선구이’를 꼽았다.

그는 “해당 제품은 가정용간편식(HMR)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지만, 수산물을 활용한 HMR이 없다는 점에서 기획이 이뤄졌다”면서 “유아용품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직원이 ‘뽀로로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포장재에 뽀로로를 활용하게 됐다”고 했다.

뽀로로와 함께 먹는 순살 생선구이는 2020년 초에 출시돼 지금은 한 분기에 약 4만개가 팔리는 제품이 됐다. 1만원이 넘는 수산물 가공 제품은 소비자들이 원물 가격 만을 생각해 구매를 망설이게 되지만, 최대한 가시를 발라내고 소스 개발에도 공을 들여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은 시장의 좋은 반응을 토대로 중국에도 수출한다.

이 제품은 매출 증진 외에도 회사의 첫 기획 제품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제품의 성공을 토대로 스시 코우지 소금에 숙성한 광어회, ASC 숙성 연어회, K-Fish 광어회 밀키트 등을 기획·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은 “뽀로로 제품은 은하수산이 상품 기획력도 있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했다.

'2022 푸드앤푸드테크'에서 수상한 은하수산의 제품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뽀로로와 함께 먹는 순살 생선구이 5종', '스시코우지 소금에 절인 광어회와 연어회', 'WWF-ASC 노르웨이 숙성 연어회', 'K-Fish 광어회 밀키트'. /양범수 기자

은하수산은 뽀로로와의 협업이 성공한 데 힘입어 지난해 9월에는 일본 미쉐린 3스타 출신 셰프로 ‘스시코우지’를 운영하는 나카무라 코우지와 협업해 ‘소금에 절인 숙성 광어회·연어회’를 내놓았다.

고급 일식집에서 쓰이는 ‘시오즈메(소금을 사용해 회를 숙성하는 방식)’를 적용한 제품으로, 2022 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일반식품 수산물가공(회) 부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선정됐다. 광어회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에 1만5000여개가 팔렸고, 연어회 역시 약 1만개가 팔렸다.

‘K-fish 광어회 밀키트’ 역시 자동화 설비를 통해 품질 안정성을 높인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북미 수출을 위해 기획된 제품으로, 해양수산부가 품질을 인증하는 수산물 수출통합브랜드(K-fish) 인증을 받았다. 최근 은하수산은 수출 100만불을 달성했는데 이 제품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회사는 수출을 바탕으로 올해는 매출 18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00억원대 매출과 5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 부회장은 “해외 판로를 직접 찾기 위해 수출 부서를 크게 확대했고 그에 따른 매출 증진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코스트코와 홈플러스, 마켓컬리·쿠팡 등의 기존 주력 판매 채널에 더해 올해는 이마트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은하수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2022 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일반식품 수산물가공(회) 부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선정된 ‘WWF-ASC 노르웨이 숙성 연어회’가 그 일환이다.

전 부회장은 “법인 설립은 2000년에 이뤄졌지만, 회사는 1970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 유통을 하던 ‘영도상회’를 모태로 한다”면서 “수산물 가공업계에서는 1.5세대쯤 되는 회사인데, 국내 수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모토로 정해 선도 사례를 만들고자 기획된 상품”이라고 했다.

해당 제품은 ASC 인증을 취득했고 매출의 1%가 WWF의 자연보전 활동에 기부된다. 그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제품 품질에도 신경을 많이 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수율이 나빠지더라도 연어회에서 비린 맛을 낼 수 있는 회색 부분(혈합육)을 제거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은하수산은 이러한 선도사례를 만들어 전체 수산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수산업계는 연매출 300억원 정도의 회사들이 상위 0.1% 안에 든다”면서 “그만큼 영세한 업체들이 많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그런 부분에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은하수산처럼 투자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은하수산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저희 제품을 고객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고급화’를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