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새벽배송 업체 컬리가 서울 강남·강동·경기 남부 지역의 ‘샛별배송(주문 다음날 새벽에 신선식품 배송)’을 담당하던 서울 송파 물류센터의 운영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종료한다.
컬리는 송파 물류센터의 기능을 김포 물류센터와 올해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인 경기 평택, 경남 창원 물류센터로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컬리의 송파 물류센터 이전을 두고 ‘재무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화장품 새벽배송 등 덩치를 키우던 컬리가 상장이 미뤄지면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컬리는 협력사들에 송파 물류센터 운영을 종료할 예정임을 통보했다.
컬리 관계자는 “송파 물류 클러스터는 컬리 사업 초기에 문 연 곳”이라며 “오랜 기간 운영하다보니 설비나 시설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 그 기능을 가장 최근인 2021년에 연 김포 물류 클러스터로 이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새로 문 열 예정인 평택, 창원 물류 클러스터로 순차적으로 기능을 확대 이전할 방침”이라며 “중단되는 기능은 없으며, 송파 물류센터의 기능을 평택으로 대부분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지난 2015년부터 새벽에 고객의 문 앞까지 신선식품을 배달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식품업계 최초로 도입해 유통업계 판도를 바꿨다.
하지만 새벽배송은 콜드체인이 갖춰진 물류센터 특수 포장과 배송, 인건비 등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컬리와 쿠팡, SSG닷컴 등 장보기 새벽배송 ‘삼대장’ 모두 이익을 내지 못하다 쿠팡이 8년만에 그나마 흑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컬리가 송파 물류센터의 임차를 마치고 김포, 평택, 창원 등으로 기능을 이전하는 것은 ‘상장을 미룬 컬리의 비용 절감을 위한 안간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파 물류센터가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남, 강동 및 수도권 남부 지역은 컬리의 주요 고객층이 있는 지역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송파 물류센터는 입지가 좋다보니 임대료가 상당할 것”이라며 “컬리에서는 통합, 이전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제3자들은 이것을 컬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송파 물류센터와 같은 주요 거점을 옮길 정도면, 어떤 방면에서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며 “송파 물류센터가 없으면 배송 동선이 두배, 세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지속 적자를 내왔다. 2021년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컬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1483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초 프리IPO로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에따라 작년 상반기 기준 컬리의 보유현금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IPO를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하려던 컬리는 공모 시장이 얼어붙고 기존에 평가받았던 기업 가치보다 몸 값이 쪼그라들면서,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했다.
마지막으로 앵커PE로부터 투자받은 컬리의 기업 가치는 4조원이었는데, 현재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는 1조원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송파 물류센터는 경기 남부, 심지어는 대구와 부산, 울산까지도 배송을 담당했던 곳”이라며 “송파가 단순히 서울만 담당했던 곳은 아니며, 향후 부산, 울산 등의 지역에 거점 물류 센터가 생기면 샛별 배송 마감 시간이 수도권처럼 11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