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되면 사타구니에 땀이 차고 찝찝해 견디기가 어려웠죠. 그러다 회사 선배로부터 ‘기능성 팬티’에 대해 듣게 됐고, 이거다 싶어 뛰어들게 됐어요.“

누적 판매량 700만장을 돌파한 남성용 속옷을 만드는 라쉬반코리아 백경수 대표에게 ‘왜 속옷 사업에 뛰어들었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백 대표는 1989년 마산상고를 졸업하자마자 대우증권에 취직해 10년 넘게 증권맨으로 일했다. 그러다 2001년 투자하던 남성 속옷 제조사를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었고, 몇번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라쉬반을 만들게 됐다.

백경수 라쉬반코리아 대표가 19일 경남 창원 라쉬반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지난 19일 경남 창원 라쉬반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백 대표는 수백만장 속옷 판매 비결로 ‘기술력’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속옷 한 장에만 특허받은 기술이 13개나 적용돼 있다.

자사 속옷을 ‘하이테크 제품’이라고 소개한 백 대표는 “한 번만 입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고객 재구매율이 60%가 넘는다”고 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파리 국제 란제리쇼에 국내 남성 속옷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참가했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올해의 벤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대만·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 위주로 이뤄지던 수출도 2020년에는 아마존에 진출하며 확대되기도 했다. 회사의 매출 역시 창업 첫해인 2009년 약 1억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141억여원의 매출을 올릴만큼 성장했다.

백 대표는 자사 속옷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13조각의 원단으로 만드는 ‘분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부가 맞닿는 면적이 많을수록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생식기를 비롯한 사타구니의 부위들을 각각의 원단으로 나누어 감싸 피부 접촉면을 줄여 열 발생을 최소화하고, 땀 흡수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라쉬반 제품의 기초가 된 분리 기술은 2009년 특허가 출원됐다. 백 대표는 이후에도 기술을 개발해 현재는 인체공학적 패턴을 적용해 음경과 음낭을 감싸는 원단을 분리하는 기술인 H분리 기술, 엉덩이 끼임 방지 기술, 쾌속 건조 기술, 라벨 걸림 방지 기술, 밴드 쾌속 건조 기술, 허벅지 말림 방지 기술 등 13개 특허를 적용해 속옷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사타구니 부분의 온도를 낮춰주는 데 쓰이는 기술로 다이눌 가공, 쾌속 건조, 흡습성 허리 밴드 등이다.

쾌속 건조 기술은 마이크로캡슐화 처리된 발수 기능성 가공제가 사용된 특수패턴 원단으로 피부로부터 배출되는 땀 등의 수분을 신속하게 외부로 배출해 건조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2018년 특허 출원이 완료됐다.

땀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흡습성 허리밴드 기술과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하도록 가공된 마이크로캡슐을 원단에 적용하는 다이눌 가공 기술은 각각 2020년, 2021년 특허가 출원됐다.

백 대표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옷을 입어도 사타구니 부위의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정자의 기능을 가장 활성화하는 온도인 섭씨 33.3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도 원단에 와사비 오일을 마이크로캡슐 형태로 적용해 강력한 소취 기능은 물론 항균도 99.9%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했다.

백경수 라쉬반코리아 대표이사가 19일 경남 창원 라쉬반코리아 사무실에서 자사 제품의 쾌속 건조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백 대표가 지금의 제품을 만들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2001년 증권사를 나와 처음 속옷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에는 사업이 잘되지 않아 증권사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고, 2009년 다시 회사를 차렸을 때는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생산 주문 등 모든 것을 홀로 해야 했다.

지금은 1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며 3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 개발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립자 게르마늄을 포함하는 기능성 섬유원단’ 특허를 출원하면서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올해는 판매 전략에 변화도 줄 계획이다.

백 대표는 우선 라쉬반의 낮은 영업이익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라쉬반의 영업이익율은 1%가 채 되지 못했다.

백 대표는 “판매하는 제품의 원가율도 높긴 하지만 매출의 상당부분이 비용이 많이 드는 판매 채널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영업이익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상태로는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가 벅차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매출을 올리려고 시도 중”이라고 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라쉬반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군 장병들에게 속옷을 증정하는 등 잠재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에 2700만원 상당의 속옷을 증정했고, 지난달에는 해군62해상항공전대에 속옷을 증정하는 등 10여곳의 군 장병들에게 속옷을 증정했다.

백 대표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현재는 미미한 군납 비중을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다양화해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군대에 가 있는 남자친구에게, 자녀에게 선물하는 속옷 등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등 판매처를 다각화 할 생각”이라며 “기존 주력 판매처 비중을 줄이면서도 이전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