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사로 잘 알려진 신세계(004170)그룹 주류 유통 전문기업 신세계L&B가 소주 생산을 확대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제주소주’ 사업에서 손을 떼며 떠안은 제주 소주 공장을 활용, 수출용 과일소주(과일 향 소주) 제품군을 늘리는 것이다.

제주 조천읍에 있는 신세계L&B 제주사업소 전경. /배동주 기자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지난해 12월 중순 제주 소주공장(제주사업소) 생산 품목에 ‘보라소주’ 3종(보라소주 유자·매실·거봉)을 새로 추가했다. 신세계L&B가 정제수에 주정, 합성 향료 등을 더해 만드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량 동남아시아에 수출한다.

이로써 신세계L&B 제주사업소에서 생산하는 과일소주(품목 보고 기준)는 총 7개 제품 17종으로 늘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무역업체 코라이스(Korice)와 손잡고 과일소주 ‘아라소주’ 생산에 나선 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 9월에는 미국으로 가는 과일소주 ‘고래소주’도 추가했다.

과일소주가 신세계L&B의 제주사업소 재가동 돌파구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제주사업소는 신세계L&B의 애물단지로 불렸다. 제주사업소는 2016년 소주 시장 진출을 목표했던 정 부회장이 직접 인수한 제주소주의 생산 공장이었지만, 제주소주가 적자 끝에 청산하며 멈춰 섰다.

제주사업소는 2021년 3월 제주소주 청산 후 신세계L&B로 넘겨졌고, 지난해 6월까지 문을 닫았다. 결국 신세계L&B로 연면적 6367㎡ 규모 공장의 고정비와 제주소주가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60억원 규모 차입금도 떠안게 됐다.

그래픽=편집부

신세계L&B는 과일소주 생산·수출을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주소주 출신의 소주 전문가인 문성후 판매지원담당을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 연간 판매 목표를 1000만 병으로 세웠다. 지난해 7월 24만 병으로 시작한 과일소주 수출량은 누적 119만 병으로 집계됐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한국 과일소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신세계L&B에 긍정적이다. 관세청 통관자료에 따르면 과일소주의 수출액은 2017년 195억원에서 2021년 993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500억원 수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내부 추산 결과 2021년까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주요 9개국의 지난 5년간 한국 과일소주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91%에 달했다”면서 “우선은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에 더 집중하고 국내 판매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