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033780)가 이르면 내년 1월 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 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제안한 주주 제안과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회사측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자문을 통해 FCP가 제안한 내용 중 일부는 수용해 회사 전략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KT&G 지분 약 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자산운용사 FCP는 올해 10월 주주 제안을 했다.

크게는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인적분할) ▲궐련형 전자담배 ‘릴’ 글로벌 전략수립 요청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거버넌스 개선 등 다섯가지가 골자였다.

이 중 KT&G가 받아들이고자 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을 법한 항목을 분석해 봤다.

KT&G 사옥./뉴스1

◇YES: 인삼공사 인적 분할 후 상장,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검토

FCP가 제안한 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상장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주식이 기존 주주 모두에게 나눠지는 방식이다. 주주 구성은 변하지 않고 회사만 나뉘는 수평적 분할이다. 현재 KT&G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두고 KGC인삼공사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CP와 마찬가지로 안다자산운용도 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해 상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지난 11월 했다.

이 같은 제안은 KT&G를 담배사업회사와 인삼지주회사로 분할하고, 분할 전의 인삼공사를 인삼지주 밑으로 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후 필요시 두 회사를 합병해서 상장하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은 일부 사업부문만 따로 빼는 물적분할 후 상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앞서 LG화학(051910)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물적분할 후 상장해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물적분할 후 상장할 때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싣기도 했다.

이를 반영해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는 상장 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FCP와 안다자산운용 등이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을 주장하는 것은 인삼이 지난 2014~2019년까지 5년간 연간 12%씩 성장했던 고성장 산업이기 때문이다.

담배회사에서 분리해 인삼회사로 상장시키면, KGC인삼공사의 기업가치가 4조원을 인정받을 것이란 논리다.

해외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담배 때문에 섣불리 인삼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면서 투자 기준이 엄격해진 것도 배경이다.

하지만 인적분할이 무조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인적분할도 물적분할과 마찬가지로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주주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 13곳 가운데 인적분할을 발표한 이사회 결의일 다음날에 주가가 오른 곳은 코오롱글로벌 단 1곳에 불과했다.

그 외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도 KT&G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현재 경쟁사인 필립모리스를 해외 유통 채널로 통하고 있는 것을 KT&G가 직접 하라는 FCP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타와몰 외부 LED 광고판에 정관장 광고가 나오고 있다./KGC인삼공사

◇NO: 경영진에 성과급 대신 스톡옵션 지급 검토

이상현 FCP 대표는 앞서 거버넌스 개선 방법의 일환으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성과급 대신 스톡옵션을 받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한 바 있다.

이달 초 주주 설명회에서 그는 “최고경영자(CEO)는 능력과 의지가 모두 있어야 하는데, KT&G는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돼 있지 않다”며 “주가가 올라가도, 떨어져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경영진에 꼭 스톡옵션을 지급해서 주가가 올라간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안만큼은 KT&G에서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현재 KT&G의 임원급들은 회사가 민영화가 되기 전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속에서 고정된 급여를 받는 ‘공사’ 직원들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스톡옵션처럼 완전한 민간기업의 시스템을 적용받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KT&G는 1987년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매공사로 설립됐다. 1988년 7월 한국 담배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7년에 주식회사로 경영체제가 변경됐다.

이후 1999년 홍삼사업을 분리해 KGC인삼공사를 출범시켰고, 2002년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주식회사 KT&G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KT&G 관계자는 “현재 검토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민영화된 지 20년 이상 경과된 현시점에 민간기업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핵심사업 정리도 KT&G에서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으로 전해졌다. KT&G는 투자부동산을 현재 2조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코트야드메리어트서울남대문 호텔 등이 KT&G가 보유한 대표적인 부동산이다.

그 외 이 대표가 제안했던 백복인 KT&G 사장과의 공개 토론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