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업계 3위 남양유업(003920)이 건강기능식품과 케어푸드로의 브랜드 확장에 이어 커피전문점 B2B(기업 간 거래) 우유 납품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한때 1조원을 넘어섰던 매출이 9000억원대로 내려앉았고, 매분기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16일 유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A커피전문점이 진행한 카페용 전용 우유 납품처 입찰에 참여, 해당 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사업 전략에서 B2B 특수거래를 담당하는 FS(Food Service) 확장을 정하고, 카페용 우유 개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남양유업은 올해 말부터 이 커피전문점에 들어가는 전용 우유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 우유는 1A등급 원유를 활용한 카페라떼 등 카페 전용 우유 제품으로 천안신공장은 물론 나주공장, 경주공장에서도 해당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납품은 내년 초부터다.

남양유업의 커피전문점 B2B 우유 납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1위 서울우유가 스타벅스, 커피빈 등으로 카페용 우유를 생산·판매하고, 매일유업(267980)이 자회사 엠즈씨드의 폴바셋으로 우유는 물론 식물성 대체 우유를 공급하는 동안에도 남양유업은 사업 진출을 꺼려왔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고, 이후 B2B로의 진출 자체를 조심해 왔다”면서 “불매운동의 불똥이 납품 대상 업체로 튈 가능성 등이 고려됐고, 남양유업은 소비자용 제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우유 시장의 축소가 B2B 사업 확장을 이끌었다. 우유를 안 마시면 큰일 나는 것으로 인식됐던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고, 출산율 저하까지 겹치면서 가정에서의 우유 소비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0년 26.3kg까지 줄었다.

남양유업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유류 매출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19년 5367억원이었던 우유류 매출은 2020년 5091억원, 2021년 490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3분기까지 3611억원 매출을 올린 데 그쳤다. 매출 비중은 50%로까지 떨어졌다.

특히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에 이어 ‘경영권 분쟁’까지 시달리며 2019년까지도 1조원을 넘겼던 매출이 9000억원대로 줄었다. 2020년 9489억원, 2021년 956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1조원 매출은 요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매 분기 2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남양유업은 이번 카페용 우유 납품에 더해 치즈, 생크림 등의 B2B 거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우유 외 제품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단백질 건기식 브랜드 ‘테이크핏’은 물론 지난해 2월 출시한 건기식 발효유 브랜드 ‘이너케어’의 제품군 확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분말 형태의 신규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출시도 예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세종공장의 건기식 ‘GMP 인증’도 획득했다. GMP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건기식 제조 관리 기준으로 해당 인증을 획득해야만 기능성 인정 원료를 쓰는 건기식 제품을 생산을 할 수 있다.

케어푸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케어푸드 시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고령화 사회 속에서 지속 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독일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사와 케어푸드 브랜드 ‘프레주빈’의 국내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5월 당뇨 환자용 제품을 내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유와 분유 등 그동안 수익 창출을 담당했던 품목의 매출 정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실적 악화를 겪어 왔다”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B2B와 건기식 등 신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