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 매출만 1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은 1인용 피자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보다 더 빨라요. 인도, 싱가포르에 1~2개월씩 살면서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매장·공장을 세울만한 곳을 찾아다녔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가 될 겁니다.”임재원 고피자 대표
30일 만난 임재원(33) 고피자 대표는 ‘해외 진출 성과’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고피자는 임 대표가 지난 2016년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2017년 설립한 1인용 피자 브랜드다.
그가 직접 개발한 자동 피자 화덕인 ‘고븐(GOVEN)’, 인공지능(AI) 스마트토핑테이블 등으로 한 평짜리 작은 주방에서도 3분만에 피자를 구워낼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주방, 빠른 설치, AI 기반의 표준화된 피자 품질 관리로 고피자는 순식간에 국내외에서 세를 키웠다. 한국을 넘어 싱가포르, 인도,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160여개 매장을 열었고, 35개가 해외 매장이다.
인도에서는 흑자를 내고 있고, 싱가포르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고피자는 전세계 직원 250명 가운데 해외 인력이 140명이다.
고피자는 투자 혹한기인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과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C 투자로 250억원을 유치해 벤처투자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누적 투자액은 현재까지 450억원.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피자의 강점으로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임 대표는 “아직 국내 외식 기업 브랜드 중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 내고 있는 성과, 그리고 잠재력이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이공항 출국장에 내년 2월 매장 연다
고피자는 내년 초에는 세계 최대 허브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터미널2 출국장 내에 새로운 매장을 연다. 터미널2는 대한항공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임 대표는 고피자 매장을 올해 12월 착공해 내년 2월에 문을 열 계획이다.
공항 출국장 안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고피자 브랜드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임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전역에서 공개 모집하는 절차를 통과해 2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며 “창이공항 측에서 고피자 매장을 보고 공개 입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확장의 비결로 임 대표는 ‘한국보다 피자를 더 자주 먹는 환경’과 ‘현지 맞춤형 메뉴 개발’ 등을 꼽았다. 우선 고피자가 진출한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소비자들은 한국보다 피자를 자주 먹고, 1인용 피자를 ‘특이하다’고 보기 보단 ‘유용하다’는 생각을 먼저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1인용 햄버거’라는 말이 없이 그냥 ‘햄버거’를 먹는다고 표현하듯, ‘1인용 피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이라며 “게다가 인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소고기 패티를 사용하는 햄버거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맥도날드보다는 도미노피자와 서브웨이가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의 주력 제품인 소고기 패티가 들어가는 빅맥을 팔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고피자는 나라마다 메뉴를 조금씩 달리했다. 모든 나라에서 기본적으로 파는 클래식 피자 외에 인도에서는 베지 피자(채식 피자)를, 싱가폴에서는 칠리 크랩 피자를 판다.
임 대표는 “그냥 가서 경험해보고, 두어달씩 살아보면서 초기 매장·공장 부지 등을 알아보고 경험이 풍부한 현지 CEO를 채용했다”며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CEO들 덕에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화덕, AI 기반 토핑 양 체크…기술은 무기
고피자는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푸드테크 부문의 기술력을 인정 받아 장관상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 대한민국 로봇대상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피자 회사가 왜 ‘기술’로 상을 받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고피자가 지금처럼 확장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기술력이다.
고피자는 인도네시아 CGV에 지난 10월 매장을 열었다. 고피자는 3평 짜리 영화관 식음료 매장에서 피자를 구워서 판다. 임 대표가 직접 개발한 소형 화덕 ‘고븐’을 사용해 공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임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화덕과 냉동 도우를 직접 가지고 가서 현지 법인장 앞에서 굽는 시연도 했다”며 “10월 3일에 인도네시아에 첫번째 매장을 열었는데, 주말 기준 하루에 250판을 팔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고븐을 만들기 위해 남양주 주방기구 거리를 돌면서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사람이 손으로 피자를 돌리지 않아도 되는’ 작은 오븐을 만들어 달라고 가게 주인들을 찾아다녔다.
설계도 없이 그가 말로,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설명했고, 그의 구상을 현실화해준 가게 주인에게 지금까지도 생산을 맡기고 있다.
급속하게 매장을 확장하면서 불거졌던 품질 관리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AI를 택했다.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은 AI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피자 토핑 양과 형태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고피자 직영점에 설치돼 있다. 만약 정량보다 토핑이 모자라게 올라갔다면 가령 ‘치즈 양 정상 대비 95%’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임 대표는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상태가 엉망인 피자 사진을 받아보게 됐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계속해서 누군가가 관찰하고, 추적해서 잘 못하는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려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고비스’ 시스템에 접속해 각 직영점에서 만든 피자의 품질 정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재원 대표는
▲싱가포르경영대(SMU) ▲카이스트 대학원(경영공학 석사) ▲물류 스타트업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