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찾은 프랑스 파리 1구 셍뜨안느가(街). 식당과 식료품점이 늘어선 이곳에선 한손에 삼각김밥을 든 프랑스인들을 쉽게 마주쳤다. 같은 골목의 한인마트 에이스마트는 삼각김밥과 김, 김치는 물론 새송이버섯 등 신선농산물까지 구비해 한국의 슈퍼마켓을 옮겨놓은 듯했다.

에이스마트를 자주 찾는다는 플로린 볼테르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삼각김밥을 사 먹게 됐다”면서 “김밥은 기름지지 않고 건강에 좋은 편이라 지날 때마다 들러 사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한인마트가 아닌 프랑스 마트에서도 한국 식료품을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프랑스 파리 한 한인마트를 찾은 시민이 삼각김밥을 손에 들고 있다. /배동주 기자

◇ ‘미식의 나라’ 프랑스서 고추장·간장 ‘불티’

한국 음식이 비빔밥과 불고기로 대표되는 시대는 지났다. ‘미식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김과 김치 등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당에서 맛본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간장, 고추장과 같은 장류 수출마저 지난해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 파리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한국산 농식품 수입액은 4479만 달러(약 601억원)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라면 등 면류가 수입액 중 가장 많은 38%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조제·보존처리한 과실 및 견과류로 분류되는 김이 24%로 뒤를 이었다.

특히 김의 경우 지난해 913만 달러(약 119억원) 규모가 수입되며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김치가 포함된 ‘조제·보존처리한 채소류’는 3.7% 비중을 차지했지만, 수입액을 기준으로 2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추장, 간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산 소스류 수입액은 80% 늘었다.

하정아 aT 파리지사장은 “과거 K팝이 인기였을 당시만 해도 일부 젊은 층의 선호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한국 식당을 찾고, 한국 식당에서 먹은 음식을 직접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구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2011년 FTA 발효 수출 농식품 가격 경쟁력 확보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을 둔 한국산 농식품의 가격 경쟁력도 프랑스에서의 한국산 농식품 인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국은 2009년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먼저 FTA를 타결했다. 이후 2년여 만인 2011년부터 관세 철폐 등을 발효했다.

당초 농축수산물 분야는 개방의 파고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 식품의 인기를 타고 수출 증가의 밑거름이 돼주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로 수출되는 주요 농식품인 라면·김·김치 등은 모두 한·EU FTA 협정세율로 무관세(0%) 수출할 수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 농식품은 프랑스 백화점에도 들어갔다.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화점 중 하나인 르봉 마르셰 백화점 식품관에는 ‘꼬레’(프랑스식 한국 표기)라 적힌 별도 식품 코너가 자리했다. 지난 7월에는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도 김과 김치, 고추장이 들어갔다.

르봉 마르셰 식품관에 한국 식품을 공급하는 지주연 리앤코 대표는 “2019년 20년 만에 식품관 개편을 진행했던 르봉 마르셰가 한국 식품을 넣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면서 “파리 내 20여곳 매장을 갖춘 고급 식료품점인 에피쓰리핀에도 김과 고추장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 프랑스엔 없는 버섯, 포도 샤인머스캣도 인기

한국산 농식품의 인기는 가공식품을 넘어 신선농산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특히 새송이버섯이 ‘고기와 같은 식감’, ‘고소한 풍미’를 앞세워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인마트는 물론 프랑스 현지 대형마트에서도 한국산 새송이버섯을 구매하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2022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한국관을 찾은 사람들이 샤인머스캣을 시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김수정 에이스마트 매니저는 “새송이버섯은 신선식품 코너에 들여놔야 하는 인기 상품 중 하나”라면서 “양송이버섯 정도만을 소비했던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한국산 버섯류 수입액은 85만 달러(약 11억원)으로 32% 늘었다.

최근에는 배, 포도 등 과일의 프랑스 수출도 타진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2 프랑스 파리 국제식품박람회(SIAL 2022) 한국관에는 지역영농조합, 농산물 유통업체 등 7곳에서 배와 샤인머스캣(포도 품종)을 선보였다. 현지 바이어를 찾고, 프랑스 등 유럽으로 수출을 위해서다.

농산물 유통업체 GG팜 관계자는 “농산물에도 동일하게 한·EU FTA 협정세율로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면서 “샤인머스캣의 경우 항공 운송을 해야 해 가격이 비싸지지만, 최근 한국 식품에 대한 인기가 전에 없이 높은 만큼 이달부터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