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라 주요 유업체들이 17일부터 우윳값을 올린다.
인구 감소, 고령화와 상승하는 원유 가격으로 인해 유업체들은 우윳값을 올려도 남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난을 겪다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구성원 30%를 구조조정 하기로 한 푸르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다. 경쟁사인 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이 주식회사인 것과 달리 ‘협동 조합’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산하의 품목축협에 속해 있다.
이 같은 지배 구조로 서울우유는 가격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법인세는 일반 기업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일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인데 법인 형태에 따라 사실상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법인세로 약 150억원을 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118억원으로 1년 전(146억원)보다 972억원 늘어났다. 법인세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967억원으로 843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82억원으로 같은 기간 13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서울우유의 경쟁사인 매일유업(267980)의 경우, 별도 기준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은 1025억원, 당기순이익은 803억원이었다.
법인세 비용으로 지난해 매일유업은 약 221억원을 냈다. 서울우유보다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은 더 적은 매일유업이 법인세는 서울우유보다 약 70억원 더 낸 것이다.
이런 차이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기업 형태가 달라서 발생한다. 서울우유는 협동조합법인이고, 매일유업은 사업 법인이다. 매일유업은 서울우유와 달리 현행 법인세 과표 구간을 적용받는다.
현행 법인세 과표 구간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의 4단계로 구간이 나뉘어져 있다.
서울우유는 조세특례제한법 제72조에 따라 농업협동조합으로서 당기순이익의 9%(20억원 초과 구간에는 12%)만 법인세로 낸다.
조세특례법은 정부가 협동조합의 사회·공익적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생긴 규정이다. 이 법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했던 세제 개편안에 따라 일몰 연장이 추진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상 협동조합은 당기순이익만으로 과표 구간을 산정해서 과세하고, 간소화된 세무 조정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저율 과세 제도로 인해 법인세 최고세율의 절반만 적용받고 있는데, 이 같은 조세특례법의 취지는 영세한 농업, 축산 관련 조합원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었고 수십년간 일몰 없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는 1937년 낙농인 21명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회사다. 주식회사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 실익 증진이다. 1인 1표로 조합원끼리만 혜택을 보면서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덕분에 유업체 입장에서 가장 큰 비용인 원유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우유라는 법인 입장에선 원유가가 오르면 기존 대비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해야 해서 손해지만, 판매자인 조합원의 입장에선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생산자 입장에 있어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일에 미온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원유 가격이 비싸지면 생산자(조합원) 입장에서는 서울우유에 원유를 비싸게 팔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적게 오르면 서울우유의 이익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발생한 이익을 조합원들이 배당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 가운데 서울우유의 경쟁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양유업(003920)의 경우 지난해 오히려 손실을 냈다. 남양유업의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손실은 710억원이었고 당기순손실은 591억원이었다.
푸르밀은 경영난을 겪다 ‘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구성원 3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다시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서울우유를 제외한 유업체들은 사실상 인구 감소, 고령화와 상승하는 원유 가격으로 인해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더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며 “업계 1위 회사가 수십년간 경쟁사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조합법인이 아닌 경우에 세제상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유지했던 사람들에게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준다는 측면에서 조합 제도와 과세 방향을 이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조합 설립 초기 취지에 맞게 혜택을 받았던 조합원들이 은퇴하고 나면 관련 조세특례가 자연스럽게 폐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순조로운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