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치킨을 락커에서 가져간다?’

BBQ가 올해 말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 지역에 선보일 예정인 배달·테이크아웃 전문 매장 BSK(BBQ Smart Kichen) 콘셉트를 듣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갓 튀긴 치킨을 빨리 배달 받아 먹을 수 있는 한국에서 치킨을 사물함에서 꺼내 가야 하는 사업모델이 다소 특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재작년부터 햄버거, 피자, 치킨, 만두 등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중심으로 이런 식의 픽업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매장 직원과 소비자 간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 치솟는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에 대응해 비용을 효율화 하기 위한 목적이다.

BBQ가 올해 말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에 출점할 예정인 BSK(BBQ Smart Kitchen) 내부 모습. 왼편에 주문한 치킨을 가져갈 수 있는 푸드락커(foodlocker)가 설치돼 있다. / BBQ 제공

◇ BBQ, 한국 BSK 모델 고도화… ‘키오스크·푸드락커로 무인화’

BBQ가 2020년 한국에 도입한 BSK는 포달·배달 전문매장이다. 고객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인 홀 없이 운영돼 적은 규모로도 매장을 열 수 있다. 임차료,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창업비용이 기존 매장 절반인 5000만원 정도다.

BBQ가 BSK 모델을 도입한지 반년 만에 100개 점이 문을 열었고 다음 해에는 400개 점, 이제는 매일 1.5개 점이 오픈하고 있다. 창업 초기비용이 부족한 2030세대 젊은 창업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연 매출 1억원을 돌파한 점주들도 여럿 나왔다.

BBQ가 미국에 도입할 예정인 BSK는 한국 모델에 ‘무인화’를 더했다. 내부에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뿐 아니라 키오스크(주문기)와 푸드락커를 도입해 직원 없이도 소비자가 주문부터 픽업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가 치킨을 주문한 즉시 주방에서 튀겨 키오스크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키오스크는 고온을 유지하는 보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치킨의 맛이 최대한 변하지 않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BBQ는 잉글우드 지역에 BSK 모델을 시험운영한 뒤 성과에 따라 미국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 푸드락커 도입한 美 만두집 가보니…비대면으로 20분 만에 픽업까지

작년 푸드락커를 도입한 미국 만두 전문점 ‘브루클린 덤플링 숍(Brooklyn dumpling shop)’의 콘셉트는 ‘인간과 상호작용 제로(zero human interaction)’다.

이 회사는 문 연 후 전세계 140개 가맹점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까지 250개 점포를 문여는 게 목표다.

뉴욕 맨해튼 남쪽인 로어맨해튼(lower manhattan)에 위치한 점포에 들어서니 15평 남짓한 매장 절반을 주방과 키오스크, 푸드락커가 채우고 있었다. 나머지 절반에는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서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세 개가 놓여져 있었다. 매장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 한명이 있었다.

미국 뉴욕 브룩클린에 위치한 무인 만두 매장 '브룩클린 덤플링 샵' 내부. / 뉴욕=이현승 기자

키오스크로 맥앤치즈 만두 하나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치자, 입력한 휴대폰번호로 주문번호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비어있던 주방에는 사람 한명이 나타나 만두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나자 휴대폰으로 만두가 됐으니 푸드락커에서 찾아가라는 메시지가 왔다. 푸드락커에 주문번호를 입력하니 한 락커 문이 열렸다. 갓 튀겨나온 만두는 따뜻한 상태였다.

미국에서 푸드락커는 인지도 낮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깜짝 실험이 아니다. KFC, 버거킹, 스매쉬버거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앞다퉈 푸드락커를 도입하고 있다.

버거킹은 2020년 새로운 레스토랑 비전을 발표하면서 미국 마이애미,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한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푸드락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설립된 버거 체인 스매쉬버거는 지난해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에 푸드락커와 드라이브스루(drive-thru·차 안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 40개를 문열었다.

KFC는 2020년부터 일본과 러시아에서 푸드락커를 시험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라이즈 서던 비스킷 앤 로이트 치킨(Rise Southern Biscuits & Righteous Chicken)도 일부 매장에 푸드락커를 들였다.

매장 무인화가 인간 노동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장 직원들은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이는 고차원 노동을 제공한다. 무인화에 적극적인 프랜차이즈들은 채용한 매장 직원들에게 키오스크가 낯선 고령층을 돕거나 고객 불편사항을 체크하는 역할을 맡긴다.

◇ 인건비 급등·구인난에 직원·의자 줄고 키오스크·픽업 급증

뉴욕 번화가 타임스퀘어 주변 맥도날드, 크리스피크림 등 프랜차이즈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과 의자를 찾기 힘들고 키오스크와 픽업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맥도날드에 키오스크(무인 주문기) 가 10여대 설치돼 있다. / 뉴욕=이현승 기자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비농업 분야 취업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코로나19 이전 20달러대에서 지난 9월 기준 32.58달러(4만5000원)까지 올랐다.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에서 작년부터 4%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인건비 상승에도 구인난은 심화하고 있다. 구인난의 배경에 대해 여러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코로나로 자발적인 퇴직자가 늘어난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노동시장은 이·퇴직이 워낙 자유로운데 팬데믹을 경험한 사람들이 노동 자체를 거부하거나 더 나은 직장을 찾겠다며 회사를 관두는 이른바 대이직의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