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식량 안보가 각국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수입 원재료의 공급 불안, 식품 생산의 차질 등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농업 환경이 바뀌면서 식생활의 변화도 발생하고 있다.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식품을 개발하고, 농업 기술을 발전시키고, 유통망을 선진화하는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푸드테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40곳의 스타트업을 ‘A벤처스’로 선정하고 이들의 성과를 알렸다. 조선비즈는 농식품부가 선정한 A벤처스 기업들을 비롯해 유망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만나 이들이 그려 나갈 혁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출시 4년여 만에 54만 개가 팔린 식물성 마요네즈 ‘잇츠베러(Eat’s Better)마요’를 개발한 양재식(35) 더플랜잇 대표에게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잇츠베러마요는 계란 대신 콩을 사용한 식물성 마요네즈로, 더플랜잇 홈페이지에서 개당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 하나로 이 회사는 2018년 9월 이후 현재까지 3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더플랜잇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품의 성분을 데이터로 구축하고, 여기서 식물성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잇츠베러마요를 시작으로 식물성 크래커와 쿠키, 대체 우유인 ‘실크(XILK)’ 등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회사가 갖고 있는 80만 개의 식품과 여기에 쓰인 수천만 개의 식재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이 먼저 더플랜잇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창업 초기인 2017년 퓨쳐플레이 3억원과 컴퍼니K파트너스 PE서 5억원을 시작으로, 다음해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에서 15억원을 유치했다. 현재까지 이들 투자자와 롯데벤처스 등을 포함해 총 7개의 투자사로부터 5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더플랜잇은 2020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됐다. 지난 6월에는 퓨처 푸드 아시아 2022에서 ‘카길 푸드 포 굿(Cargill Food For Good)’으로 선정돼 수상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2일 경기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더플랜잇 본사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한동대에서 생명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따고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생명공학도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이롬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경험도 있다.
양 대표는 회사의 경쟁력을 “AI를 기반으로 구축한 식품 데이터”라고 소개했다. 가령, 우유를 식물성으로 만들 경우 우유의 구성 성분을 모두 뽑아내 구분한 뒤, 여기서 식물성 재료로 대체할 만한 것을 찾는 식이다. 이를 통해 더플랜잇은 자사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잇츠베러마요’로 시작한 더플랜잇은 이러한 기술력과 비전을 바탕으로 빠른 매출 성장과 투자 유치를 이어오고 있다. 제품 출시 이듬해인 2019년 매출액 4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15억원, 지난해 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0% 오른 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플랜잇은 제품의 주재료로 직접 품종 개량한 콩을 사용한다. 재배와 수확도 직접하고 있다.
양 대표는 “올해는 콩이 20톤(t)가량이 수확될 예정이고, 오는 2027년까지 해외 진출 등을 고려해 사용량을 6500t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콩을 시험 재배하고 있고, 호주·러시아 등에서도 재배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의 일부를 식물성 재료로 차츰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그는 “소재 기업으로서의 글로벌 진출”이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말린 고기를 원료로 하던 라면 플레이크가 지금은 식물성 고기로 대부분 대체된 것처럼,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를 대체육으로, 카페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를 식물성 우유로 대신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흔히 육류를 대체한다고 하면 고기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않는 영역부터 하나씩 더 좋은 방향으로 대체하는 걸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대체육인 ‘디미티드 민스’와 ‘닭가슴살 대체육’을 만들며 쌓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업 대 기업(B2B) 시장에 뛰어들겠단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더플랜잇의 실크 역시 ‘흰 우유’ 원물을 대체하기보다 카페에서 다른 음료로 만들어질 때 우유보다 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양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실크를 활용한 단백질 음료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손실이 커지고 있는 점은 더플랜잇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19년 3억7003만원을 기록한 더플랜잇의 영업 손실은 지난해 11억6087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양 대표는 “기술 기반의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제는 수익성을 실현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수익이 나는 사업을 강화하는 등 경영 최적화를 통해 내년엔 흑자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양재식 대표는
▲한동대 생명과학·컴퓨터공학 학사 ▲한동대 생명과학 석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이롬 생명과학연구원 연구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박사과정 수료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