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롯데가(家)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갑작스런 사업 종료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가 푸르밀에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를 납품하는 낙농가에 연구개발(R&D) 비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저지종’ 젖소 입식을 원할 경우 수정란을 우선 제공하는 것도 지원 방안에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푸르밀에 납품을 하던 낙농가들이 가공용 원유를 생산하는 것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시도할 경우,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수십억원의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르밀에 직접 계약을 맺고 원유를 납품해온 낙농가는 25곳으로 이들은 연간 4만톤의 원유를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이들 가운데 정부에 도움을 청해온 곳은 없지만, 피해 구제를 원하는 낙농가가 정부에 신청을 한다면 이 같은 도움을 주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원유를 마시는 우유(음용유)와 가공용 우유의 원윳값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골자로 하는 낙농제도 개편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제도 개편에 맞춰 내년에 시작되는 ‘저지종 젖소’ 품종 입식을 푸르밀 납품 농가가 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수정란을 배정하고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농식품부가 저지종 젖소의 수정란을 농가에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하는데, 이와 연계해 푸르밀 사업 종료 피해 농가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공용 원유 생산을 원하는 농가를 다른 유업체와 계약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등의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털색이 갈색인 젖소 품종으로 영국 저지섬(Jersey Island)에서 기원한 저지종 젖소는 유단백 성분이 많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어서 가공용 우유를 만드는 데에 적합한 젖소 품종이다. 우유 생산량은 얼룩 젖소인 홀스타인종보다 적다.
하지만 우유 단백질과 지방, 고형분 함량이 높아 같은 양으로 모차렐라치즈를 만들 경우 홀스타인종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사료 섭취량과 분뇨 배출량이 적어 홀스타인종보다 생산비가 더 적고 ‘친환경 품종’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선제적으로 홀스타인종 대신 저지종으로 교체하기 위한 5개년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올해부터 80마리분에 해당하는 저지종 수정란 이식에 지방비 2억원을 투입했다.
앞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지금 수요가 생기는 원유는 가공용인데, 해당 농가가 그쪽으로 전환하겠다면 내년 낙농제도 개편에 맞춰 시범 케이스로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