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기준금리가 10년만에 3%로 오른 가운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금리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식품 기업들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곡물 등 원부자재 구매 가격 부담도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오후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식품 기업은 하림(136480)(236.71%)과 풀무원(017810)(232.02%), CJ프레시웨이(051500)(265.74%), SPC삼립(005610)(257.35%) 등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융 비용이 증가했지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도 함께 늘었다. 설비 투자 등을 위한 부채 증가이긴 하나, 지속되는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여긴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로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경영지표다.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계산하는데,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수익을 올려도 빚을 갚기 위해 내야 할 비용이 많다는 의미다.

1400원을 웃도는 환율과 그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올 2분기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재료들과 포장재 등 부자재를 대부분 수입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도 부채가 많은 식품 기업에는 경영에 어려움을 더하는 외생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림(136480)은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가 6761억원으로 지난해 12월(5441억원)에 비해 13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가 증가하면서 올해 1~6월 금융비용은 2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4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하림은 부채가 늘어난 것은 닭고기의 품질 경쟁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 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공장을 신축하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2600억원을 투자했다”고 했다.

주요 식품기업 가운데 부채비율 200%를 넘는 기업들 ./개별 회사 취합

풀무원은 6월 기준 부채비율이 232.02%다. 올해 1~6월 부채비율이 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억원에 비해 약 47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6억원에서 218억원으로 증가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2019년도에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리스 부채를 인식하며 200%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국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의 부채비율은 6월 기준 265.74%다. 지난해 6월 295.93%에서 부채 비율을 30%P 가까이 줄였지만, 여전히 식품업계에서 부채가 많은 편에 속한다.

CJ프레시웨이의 1~6월 금융비용은 1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6억원에서 약 49억원 증가했다. 다만 실적도 함께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기간 CJ프레시웨이의 영업이익은 452억원으로 1년 전(222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1~6월에 발생한 금융수익 114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상반기 금융비용은 60억원 수준으로 충분한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언제든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다”며 “향후 발생되는 영업현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는 더욱 개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PC삼립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57.35%로 1년 전(276.63%)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20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SPC삼립은 1~6월 금융비용으로 58억원을 썼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49억원)에 비해 늘었다. 이 기간 SPC삼립의 영업이익은 371억원으로 1년 전(250억)보다 121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