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코냑(cognac) 사업에 진출한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그룹 내 주류 전문 수입사 타이거인터내셔날을 통해 연내 프랑스 프리미엄 코냑 브랜드 ‘폴 지로(Paul Giraud)’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기로 했다.

SPC그룹은 오는 12월 폴 지로와 프랑스 현지에서 계약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내년부터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같은 호레카(HoReCa)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폴 지로는 타이거인터내셔날이 처음으로 취급하는 코냑 브랜드다. 코냑은 와인을 담은 통나무통을 기준으로 주세(酒稅)를 매겼던 중세 프랑스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와인을 한 차례 더 끓여(증류) 만든 술이다. 와인을 증류하면 알콜이 날아가면서 양이 8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코냑은 여러 술 가운데 평균 소비자가가 높은 편이다.

SPC그룹은 그동안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등 프랑스풍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되게 구사해왔다.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증류주 코냑은 지금까지 취급하지 않았다.

SPC그룹이 들여오는 폴 지로는 1650년부터 프랑스 서부 코냑 지방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가 자라는 ‘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 마을에서 직접 포도를 키워온 가족 경영 기업이다. 400년 넘는 업력(業力)을 자랑한다.

그래픽=손민균

헤네시나 레미마틴 같은 대형 코냑 브랜드들은 보통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사온 후, 이를 섞어서 코냑 원액을 만든다.

반면 폴 지로는 직접 재배한 포도 대부분을 손으로 수확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증류주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타 브랜드보다 훨씬 질 좋은 오드비(eaux-de-vie·코냑 원액)를 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춘 개성 있는 술 소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10년 중반부터 불어 닥친 크래프트 맥주 붐에 이어 지난 몇 년 간 와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젊은 소비자들까지 위스키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세밀하게 쪼개지고 있다. 낮은 도수 주류에서 시작해 점차 높은 도수 주류 시장이 커지는 경향은 일본 등 경제 고도화가 먼저 일어난 다른 국가 주류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SPC그룹 역시 와인 위주로 짜여진 그룹 내 주류 포트폴리오에 프리미엄 브랜디(포도주를 증류해 만든 고도주)를 더해 다른 수입사들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SPC그룹은 폴 지로가 코냑에 쓰는 포도로 만든 무(無)알콜 스파클링 주스도 함께 수입할 예정이다. 알콜 도수가 40도를 넘는 고도주와 알콜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알콜 음료를 동시에 들여와 양극화 된 소비자들의 취향을 한꺼번에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위스키를 뺀 나머지 수입 증류주 시장은 다른 주류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코냑은 포도 재배지와 생산자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복합적인 향을 내기 때문에 다양성과 고급스러움을 함께 원하는 소비자들 취향에 맞추기 좋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