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나올 때까지 1인당 150잔 정도는 마신 것 같아요."
파리바게뜨에서 지난 5월 말 출시한 장수막걸리 쉐이크가 3개월만에 50만잔(8월말 누적 기준)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빵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우는 빵집에서 3900원짜리 음료로만 석 달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막걸리 쉐이크는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이지만, 성인용 음료로 구분돼 신분증 검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판매 가능한 고객이 성인으로 한정돼 내부 우려도 있었으나 편의점도, 술집도 아닌 빵집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는 이색 경험 마케팅으로 입소문이 났다.
파리바게뜨가 서울장수와 협업해 낸 장수막걸리 쉐이크는 출시 이후 파리바게뜨 전체 음료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석 달간 파리바게뜨 음료 부문(제조 음료) 매출 신장률도 10%가량 늘었다.
조선비즈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파리바게뜨 양재동 본점에서 '막걸리 쉐이크'를 기획한 황우철(40) 프로모션팀 차장과 함수정(29) 음료팀 대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5개월 동안 막걸리 쉐이크를 개발하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제품 개발 회의를 하고, 수시로 진행 상황을 전달하며 제품 기획에 힘을 쏟았다.
◇"'알쓰'도 마실 수 있는 막걸리 쉐이크, 그래도 학생들은 못 마셔요"
함 대리는 평소 달콤한 술을 좋아해 이를 활용한 음료로 내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유자 막걸리, 밤 막걸리를 마시다가 문득 '달달한 막걸리를 쉐이크로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발효주는 많이 마시지 못해 도수가 약한 음료로 만들면 술을 잘 못 마시는 이른바 '알쓰(알코올쓰레기)'도 마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의 장수막걸리 쉐이크는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으로 알코올 함량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알코올 향이 들어가 있고, 도수가 존재해 성인들만 마실 수 있다.
함 대리는 "최근 동네 파리바게뜨에서 막걸리 쉐이크를 주문했는데 신분증 검사를 요구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브랜드와의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황 차장은 함 대리의 제안을 듣고 '장수막걸리'에 먼저 협업 제안을 했다. 시골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에서도 남녀노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선택했다.
◇중장년층의 장수막걸리, MZ세대와 결합...색다른 음료로 차별화
장수막걸리가 기존 '중장년층 막걸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것과 달리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등산 열풍이 불며 막걸리 인증샷이 올라오는 것도 장수막걸리 쉐이크가 나온 배경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음료 부문에서 고민이 깊었다. 다양한 커피음료를 파는 커피 전문점과 달리 색다른 음료를 내서 차별화를 두는 것이 목표였다.
두 사람이 속한 팀은 5개월 동안 1인당 150잔 정도를 마시면서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고 브랜딩하는 데 집중했다. 하루에 한 잔꼴로 맛보며 맛을 최상으로 맞추기 위해 사내 연구팀과 함께 샘플을 맛봤다.
도수는 높지 않되 막걸리 향이 풍부하게 나고, 우유의 부드러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음료에 들어가는 재료 함량을 계속해서 달리했다.
평소 혼자 마시는 술로 막걸리를 자주 찾는다는 황 차장은 "쌀이 들어간 음료라 확실히 든든하고, 전통주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는 데 사실상 굉장히 고급스러운 전통주"라고 말했다.
장수막걸리 쉐이크의 용량은 약 385g이다. 음료만 마셔도 기분 좋게 배부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9금 음료'지만 보란 듯이 성공, 여름 한정에서 겨울까지 판매 연장
술맛 음료인 탓에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함 대리는 "어린이들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층이 적어지지 않을까 고민이 됐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많이 공유가 되면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서울장수 측과 협의를 통해 여름 한정 음료에서 올해 겨울까지 판매를 연장하기로 했다.
황 차장은 "장수막걸리 쉐이크 이후 외부 기업의 협업 문의가 5배 이상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며 "쉐이크 성공 이후 빵과 케이크 등 베이커리류 뿐만 아니라 음료와 굿즈 등 협업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을 가장 먼저 제안한 함 대리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막걸리 쉐이크가 잘 될 줄은 몰랐다"며 "내년 여름에도 특색있는 원료로 만든 파리바게뜨 한정 음료를 만들어 고객들께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