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에는 ‘한낮의 태양이 작열하는 땅’이라 불리는 와인 산지 랑그독이 있다. 지중해 해안 서쪽을 따라 29만 헥타르(ha)의 포도밭이 자리했다. 연간 300일가량의 일조량을 갖춘 이곳에선 프랑스 유명 와인 산지인 보르도나 부르고뉴보다 더 많은 프랑스 와인이 생산된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랑그독을 두고 ‘와인 세계의 엘도라도’라 평했다. 포도 재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이곳으로 신흥 양조가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을 빗댔다. 황금 같은 와인이 넘쳐나는 전설의 이상향, 그 중심에 레드 와인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가 있다.
랑그독 내 베지에 지역 와이너리 라케이브블랑셰가 만드는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는 2017년부터 국제와인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 특별상 수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우수 와인 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도 2018년, 2021년, 2022년 대상에 올랐다.
프랑스를 떠났다가 다시 프랑스, 그중에서도 랑그독을 택해 돌아온 와인 양조가 자비에르 로저가 황금,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를 만들었다. 로저는 부르고뉴 양조학교를 나온 와인 양조가로 뉴질랜드, 미국 등 와이너리 양조가 자리를 거쳐 1998년 랑그독에 자리 잡았다.
당시 랑그독으로는 신흥 양조가가 몰렸다. 풍부한 일조량에 더해 석회질 토양부터 충적토까지 두루 갖춘 포도밭들에서 30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이 재배됐지만, 저가 와인 생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품종을 융합하고 새로운 양조 방식이 고안되는 혁신과 다양성 창출의 시기였다.
로저는 720년대 이미 로마로 와인을 수출했던 베지에 지역 안에서도 노이어 산맥 끝자락의 경사진 지형을 택했다. 프랑스 현지 와인 등급에선 지역 와인으로 분류되지만, 풍부한 일조량을 갖췄고 더해 산맥을 넘은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점을 고려했다.
로저는 햇볕의 양이 많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반씩 섞어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를 낸다. 포도는 수분을 머금은 이른 밤부터 새벽에 수확하고 선별과 동시에 줄기 분리·파쇄 과정을 거쳐 탱크에서 저온 발효하는 방식을 택해 쓰고 있다.
이후 스틸 탱크와 오크통으로 순차로 숙성한다. 스틸 탱크 숙성을 통해 랑그독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가 가진 과일향, 후추향 등을 충분히 살린 뒤 오크통을 통해 거친 맛을 잡기 위해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워 향은 좋지만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붉은 빛을 띠는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는 과일향과 후추향을 옅게 풍겼다. 첫 맛은 묵직했지만, 이내 부드러워졌다. 삼킨 후에는 오크 숙성에서 온 나무향과 바닐라향이 맴돌았다. 시라 50%가 들어간 레드 와인답게 스테이크는 물론 삼겹살, 불고기 등과도 고루 어울렸다.
2015년 6월 국내에 들어온 앙시앙 땅 카베르네 시라는 초기 ‘호텔 와인’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편의점에서 1만원대에 살 수 있는 가성비 와인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넘어섰다. 동원와인플러스가 수입·유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