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기업을 찾아 키우는 사모펀드가 국내 김 제조업체에 돈을 쏟고 나섰다.

해외서 ‘바다의 잡초’로 불리며 천대를 받기도 했던 김이 이제는 세계인이 찾는 K푸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김이 사모펀드들의 새 먹거리가 됐다”고 보고 있다.

태국에 수출 중인 한국산 김스낵.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만전김’으로 알려진 고급 김 제조업체 만전식품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데 이어 지난 5월 사모펀드 운용사 그래비티PE가 ‘해농김’을 만드는 해농에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그래비티PE는 투자전문회사 오티엄캐피탈 등과 손잡고 약 1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을 어펄마캐피탈이 1000억원에 인수한 것을 포함하면 총 2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자금이 김 시장으로 몰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만전식품과 해농, 성경식품 모두 국내 김 시장에선 꽤나 이름이 알려진 제조업체”라면서 “특히 성경식품은 일반 조미김 시장을, 만전식품은 고급 김 시장을 공략하며 각각 연 매출 900억원, 500억원 이상을 내는 업체”라고 평가했다.

해외를 중심으로 한 한국 김의 수요 증가가 사모펀드의 김 제조사 투자 및 인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소금 등으로 맛을 낸 한국 특유의 ‘조미김’은 미국에서 술안주용 스낵으로 인기를 끄는가 하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시장의 한국산 김 소비도 늘었다.

해양수산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김 시장은 연간 2조원 규모로 고착됐지만, 김 수출액은 지난해 9500억원(6억9300만 달러)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가파르게 김 수출액이 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래픽=손민균

실제 카무르PE는 만전식품 인수 이후 미국 월마트로의 만전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제조사 인수 1세대로 불리는 어펄마캐피탈은 올해 성경김 수출 지역을 기존 20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김 제조사도 사모펀드의 투자를 반기고 있다. 사모펀드의 투자 및 지원을 받아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농은 지난 5월 그래비티PE 투자 유치를 계기로 대규모 마른김 공장 신축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김은 라면, 김치를 넘어선 수출 1위 식품이지만, 김을 제조하는 업체는 정작 지방 중소도시에서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모펀드들은 김 제조사를 싸게 사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