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003230)이 적자가 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가운데 ‘고릴라미트 1호 펀드’에 대한 투자는 계속 유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양식품 사옥 전경.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수제 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 투자 실패 이후 호면당·제주우유 등 사업도 정리했으나 약 5억원 규모의 고릴라미트 1호 펀드 지분(29.47%)은 처분하지 않고 있다.

해당 펀드 자금은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에 투자 중이다. 이 펀드는 고릴라PE가 운용하는 투자회사로 삼양식품이 지난 2018년 4억3058만원을 이 펀드에 출자했다. 이후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각각 1000만원씩을 추가 출자했다.

고릴라미트 1호 펀드는 삼양식품이 관계기업으로 등재한 회사 중 유일한 투자회사 출자다.

당초 삼양식품은 2014년 나우아이비 12호 펀드를 통해 크라제버거를 운영하는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하는 등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당시 이 회사가 나우아이비 10호,11호,12호 펀드에 출자한 평가금은 192억원에 달했다.

삼양식품 주요 투자 현황

하지만 크라제버거는 나우아이비 12호 펀드에 인수된 이후에도 실적이 악화됐다. 삼양식품은 2016년 나우아이비 12호 펀드의 공정가치가 하락하면서 13년 만에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크라제버거는 인수된 2014년에 매출 97억, 영업손실 28억원을 냈다.

삼양식품은 2017년 120억원을 출자해 보유하고 있던 나우아이비 12호 펀드 지분 80%를 약 2억원에 청산했고, 그 이듬해 크라제인터내셔날은 폐업했다. 같은 해 나우아이비 10호,11호 펀드도 모두 청산했다.

삼양식품은 나우아이비 10호, 11호 펀드로 수억원의 이익을 얻긴 했지만, 12호 펀드의 손실이 훨씬 커 타격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크라제버거 외에도 계열사인 삼양목장, 삼양프루웰 등을 통해 호면당, 제주우유 등에 투자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삼양프루웰은 지난 2010년 투자회사 리앤코시스템으로부터 면요리 전문 외식 브랜드 ‘호면당’을 인수했다. 전국의 매장 9개를 인수한 것으로 양사는 인수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삼양식품은 삼양프루웰의 지분 45.46%를 가진 대주주였다.

이후 삼양프루웰이 지분 100%를 갖는 ‘주식회사 호면당’을 세워 호면당의 영업을 이어갔으나 지속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고메 호면당’의 문을 닫으며 사업에서 철수했다. 호면당은 지난해 약 1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 6000만원을 냈다.

삼양식품이 삼양목장을 통해 운영하던 제주우유 역시 2011년 리스나제주우유로부터 인수 이후 매년 10억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4월 현지 농업 법인에 매각됐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이 적자를 기록 중인 미트박스에 투자하는 고릴라미트 1호 펀드를 유지하는 배경은 수익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당 펀드 투자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수익 구간이 나오지 않고 있어 보유 중”이라고 했다.

2018년 미트박스글로벌의 매출은 87억원이었으나, 이후 연평균 55%씩 신장하며 지난해 3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억원에서 6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미트박스는 2014년 출시한 서비스로 미트박스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