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치킨이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유(해바라기유) 공급가를 약 61% 올리면서 작년말 치킨값을 인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운데 가격을 또 올리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BHC치킨 측은 튀김유 인상 배경을 협력사인 롯데푸드 탓으로 돌렸다. 롯데푸드는 선물(先物) 거래를 통해 원료를 매입한다. 예컨대 3~6개월 등 미래 일정 시점의 가격을 현재 정한 가격에 미리 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국제원자재 시세 급변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제원료가격 상승이 최근까지 이어진 점을 미루어보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BHC가 튀김유로 사용하고 있는 해바라기유의 가격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1톤(t)당 640달러를 기록한 해바라기유의 가격은 지난해 4월 1t당 1525달러로 급등했다.
이후 잠시 주춤해 지난해 6월 1t당 1170달러로 하락하더니 지난 4월 1t당 217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t당 1675달러까지 내려왔다.
BBQ에서 튀김유로 쓰이는 올리브유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계 사이트 인덱스 문디(Index Mundi)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도 지난 2020년 12월 1t당 1313달러를 기록한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2021년 1월 1t당 3468달러로 치솟았다. 마지막 관측 값인 지난해 11월에는 1t당 4186달러로 집계됐다.
BHC는 튀김유 공급가를 인상하면서 파우더, 소스, 포장재 등 60여개의 원부자재에 대한 공급협력사 가격도 인상됐다고 밝혔다. 치킨 가격은 생닭과 파우더, 양념, 기름, 소스 등의 재료가 5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료 비중이 절반을 넘기에 원료 가격이 오르면 결국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9-10호 닭고기 시세는 지난 2020년 10월 1㎏당 2231원을 기록한 이후 오름세를 보여 이날 기준 4385원을 기록했다. 밀가루 등의 국제원료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5월에서야 주춤하기 시작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지난 3월 라디오에서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가 부담을 토로했다. 당시 윤 회장의 해당 발언은 빈축을 샀지만 그는 “생계 시세가 4160원이고 도계비 1000원을 보태면 5160원,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 파우더는 2000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3000~4000원어치 들어간다”고 했다.
BBQ의 시그니처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이 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5.8%가 원료비라는 셈이다. 윤 회장은 또 인건비, 상가 임대료까지 대입해 원가를 산출하면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못 챙겨가는 신세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원료를 선물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공급망 불안정으로 계약된 납품 물량을 받지 못하면 결국 더 비싼 가격에 다른 나라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에 인상된 납품 가액에 얼마나 선반영을 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기존 공급가에 미래 상황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했느냐에 따라 추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협력사 측도 원료 문제도 있고, 인건비도 오르는 만큼 앞으로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낮추면서 본사가 부담하거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 외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빅3(BBQ·BHC·교촌치킨)’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말 BHC와 교촌치킨이 후라이드 치킨 가격을 각각 2000원(13.3%), 1000원(6.6%) 인상했고, BBQ도 지난 5월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1.1% 인상해 2만원으로 올렸다.
가장 늦게 가격을 인상한 BBQ 측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던 지난해 4분기의 영업이익율이 1~3분기 평균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불가피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인한 수요 감소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배달 특수’로 호실적을 보여왔지만, 경기 재개로 인해 야외 활동이 늘면서 배달 수요 감소로 인해 올 상반기 실적이 예년만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339770)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1.9% 증가한 1337억원, 영업이익은 12.6% 감소한 76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업체의 경우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원료 가격 인상분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BHC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7.3%로 사모펀드 매각전인 2013년(17%)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어 BBQ(17.8%), 교촌(8%) 순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상품 가격을 한차례 올린 상황에서 또다시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물가 인상 국면이 내년 상반기에는 변화가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본사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