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 기업 아워홈의 '남매의 난'이 오는 30일 새 분기점을 맞게 됐다. 아워홈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법원에 요청한 현 이사회 교체를 안건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 말 구 전 부회장이 오는 30일로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구 전 부회장은 앞서 새 이사 48명 선임을 목적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회사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허가를 요청했다.

법원은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할 경우 이에 따라야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이 동생 구미현 이사의 이름을 임의로 올려 임시주총 허가를 요청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구 전 부회장이 나홀로 아워홈 지분 38.56%를 갖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시장의 관심은 임시주총 결과로 쏠리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의 이번 임시주총 개회 신청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진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본인의 지분을 원활하게 제3자에게 매각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에는 현재 아워홈을 경 영하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을 흔들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아워홈 보유 지분 38.56%와 장녀 구미현씨 지분 20.06%(자녀 지분 0.78% 포함)를 합친 지분 58.62%와 경영권을 동반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 전 부회장의 지분 인수 주체는 단번에 아워홈 지분 과반 이상을 쥔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현재 아워홈 경영권은 고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갖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과 횡령 의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지난해 6월 경영권을 구지은 부회장에게 뺏긴 상태다.

그래픽=이은현

이런 가운데 구 전 부회장의 의도대로 관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워홈 정관에는 이사 등 선임을 위해서는 지분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초 구 전 부회장 손을 들었던 구미현씨의 입장이 최근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구씨는 지난달 아워홈에 내용증명을 보내 "아워홈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 등 제반 소송 서류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했다.

구씨는 또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사건에서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고, 누구를 지정했는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구 전 부회장이 추진한 주주총회 소집 신청, 신규 이사 선임 등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사 선임이 이뤄져야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 상법에서는 아워홈과 같은 비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 이사회 승인 조건은 이사 3분의 2 이상 동의다. 아워홈에 따르면 현재 이사진은 구지은 부회장이 선임한 21명으로 이뤄져 있다.

아워홈 측은 구씨가 신규 이사 선임에 반대할 경우 정관상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것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임시주총 당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미현씨가 내용증명을 보내긴 했지만 신규 이사 선임에 반대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워홈 노동조합 측도 구 전 부회장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반대를 표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낸 성명서에서 구 전 부회장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도 본인의 이익과 배당에만 관심 있다"면서 "회사의 경영 안정을 뒤흔드는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친인 고 구자학 회장이 지난달 별세한 뒤 경영권 다툼이 소강상태인 점을 들며 네 남매가 다툼을 멈추고 경영 정상화에 힘을 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워홈 측은 해당 관측에 대해서는 "(고 구자학 회장의) 장례 절차 등을 거치며 최근 들어 남매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어떤 분위기가 형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