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오는 31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2016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 후 꾸준히 호실적을 내며 ‘부실 기업’과는 거리가 멀던 알짜 회사가 돌연 자진 상폐되면서 앞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이달 20일부터 30일까지(정리매매 기간) 소액주주가 보유한 잔여 주식(약 21만주)을 6만2000원에 매수할 예정이다. 상장폐지 이후 최장 6개월까지 동일가로 사들이겠다며 유예 기간도 뒀다.
올해 초 공개매수 기간에 들인 돈까지 합하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총 997억 원 이상을 쓴 셈이다. 이번 매수가는 앞서 공개매수(올해 1월 20일~2월 15일) 때 설정했던 가격의 10배다. 액면병합을 통해 액면가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한 결과다. 당시 1390만7056주를 6200원에 매수했었다.
상장폐지 후 6개월이 지나서도 소액주주가 매도하지 않으면 상법 제360조24에 따라 처리된다. 우선 ▲지배주주가 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소액주주는 매도청구를 받은 날부터 2개월 내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다만 매수가나 유예 기간을 고려할 때 매수 및 상폐 절차는 이달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주주들이 손해 보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여러 부문을 촘촘하게 설계했다”며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해 전국 1300여 가맹점주님들의 생계를 지키고, 회사 수익성 및 효율성 제고와 프랜차이즈 사업의 영속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본사 “점주 피해 줄이려 상폐” vs 가맹점주 “정보 숨기려는 꼼수”
당초 맘스터치가 발표한 자진 상폐 이유는 ‘점주 피해 최소화’였다. 부정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가맹점들 매출에 타격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고효율 내실 경영에 집중하고 외부요인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란 게 사측 설명이다.
반면 점주들은 ‘물품 대금’ 관련 갈등과 정부 차원의 본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측이 갑작스럽게 상폐를 결정해 ‘폐쇄적 경영’을 못 박았다고 반박했다. 공시 의무를 피하고 점주에 정보 공개를 하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앞서 맘스터치는 사모펀드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이듬해인 2020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버거 패티 가격을 올렸다. 점주 측은 공시 내용을 바탕으로 본사의 일방적 가격 인상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가맹점주 단체 협의회 구성을 주도한 상도역점주 황모 씨에 협박성 발언을 하고 가맹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기도의 신고에 따라 올해 1월부터 가맹점주의 단체 협의회 구성을 방해한 혐의로 맘스터치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과 일반 시민, 정치권까지 가세해 문을 닫은 상도역점 외벽에 응원 메시지를 붙이기도 했다. 이후 법원이 ‘부당한 조치’라며 상도역점의 손을 들어줬고, 본사는 두 달 반 만에 식자재를 재공급했다. 해당 매장은 작년 말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해에도 본사가 패티 공급가와 버거 가격을 올린 뒤, 일정 비율로 차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68 대 32′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사측은 “가맹본부 측의 해석 오류가 있었다”며 “차익분의 비율을 가맹본부 40 대 가맹점 60으로 조정했고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 3곳뿐...사모펀드 매각 多 ‘상장 불확실성 커져’
맘스터치의 상장 폐지 확정으로 프랜차이즈 상장사는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대산, 연안식당 등을 운영하는 디딤, 교촌치킨을 만든 교촌에프앤비(339770) 세곳으로 줄었다. 프랜차이즈의 영속성과 성장성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상장이 거론되는 기업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와 커피 전문점 체인 이디야(EDIYA) 등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낸 데다 백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상장 계획을 직접 밝혀 화제가 됐다.
프랜차이즈 상장의 최대 걸림돌은 성장가능성과 영속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매출 및 이익이 별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디야는 지난해 문창기 회장이 시무식에서 상장 의지를 밝혀 주목을 받았지만, 업계 내 경쟁이 워낙 심한 데다 성장가능성 등 몸값 산정에 부딪쳐 결국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상장을 고려했던 커피전문 체인 투썸플레이스와 커피빈, 카페베네, 커핀그루나무 등도 계획을 접은 상태다.
통상 가맹점을 대거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경우가 많아, 맘스터치 같은 상폐 사례가 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후 3~5년 만에 되팔아 차익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납품 단가 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높인 뒤, 회사를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게 일반적이다.
맘스터치처럼 상장폐지 후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들면, 본사가 가맹점을 압박해도 사회적 비난이나 제재를 피하기가 수월하다. 주식시장에 잔류하면 가맹점과의 갈등이 주가를 떨어뜨려 향후 매각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이번 상폐 결정과 회사 매각은 전혀 무관하다”면서도 “사모펀드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매입과 매각, 수익을 얻는 모델인 만큼 당연히 인수할 때부터 언젠가 매각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