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136480)의 자회사 하림산업이 ‘더 미식 밥’ 11종을 내놨다.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을 표방하며 즉석밥과 라면 등 간편식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상황에서 더 비싼 즉석밥을 출시한 것이다.
앞서 출시한 즉석밥 ‘순수한 밥(순밥)’은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단종됐다.
이 회사가 배우 이정재를 통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장인라면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후 한 달 만에 300만봉이 판매돼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작년 말까지 누계 매출액은 70억원으로 0.7%가량 시장을 점유하는데 그쳤다.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순밥 역시 단종 전 0.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짜장라면 ‘유니자장면’을 출시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제조 시설 ‘퍼스트 키친’을 마련해 간편식들을 출시하고 있으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 순밥, 장인라면 소비자 외면 이유는... “가격 저항”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꼽는다. 하림이 출시한 간편식 모든 제품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기존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순밥은 편의점 기준 210g 짜리 1개당 2100원에 출시됐다. CJ제일제당(097950)의 햇반(210g) 가격이 1950원, 오뚜기(007310)의 오뚜기밥(210g)이 1850원인 것에 비하면 비싸다. 당시 하림 측은 ‘가격보다는 맛에 차별성을 뒀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단종됐다.
장인라면과 유니자장면도 마찬가지다. 장인라면은 편의점 기준 한 봉지에 2200원, 컵라면은 2800원이다. 라면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농심(004370)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 등이 7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유니자장면은 8700원(2인분)이다. 1인분에 4350원인 셈이다. 당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장인라면에 대해 ‘돈값을 못한다’는 평이 쏟아지며 구매 경험도가 점차 낮아졌고, 재구매율도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출시한 즉석밥은 실패한 순밥보다 200원 더 비싸다. 제품도 백미밥을 포함해 귀리쌀밥·메밀쌀밥·고시히카리밥·흑미밥·잡곡밥·현미밥·현미쌀밥·찰현미쌀밥·안남미밥·오곡밥 등 11종으로 다양화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자사의 간편식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자연의 신선한 식자재로만 만든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가격이 조금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10% 정도 더 지불하더라도 살 수 있을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림은 올해 즉석밥 매출을 약 450억원(시장점유율 10%)으로 목표했다.
◇ 하림, 사업 확장 “시장 대응” vs ‘담합 과징금 리스크 타개’
작년말 기준 하림 매출액 비중은 육계 부문이 72.19%, 육가공 부문 매출이 14.23%, 기타는 13.58%로 닭고기 사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하림이 주력 산업을 두고 간편식에 뛰어든 이유로 닭고기 담합 문제를 꼽는다. 계속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하림 측은 ‘시장 대응’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이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 국한돼 있으면 특정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기업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시장 리스크나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위험 분산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림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01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지만,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등 담합 관련 과징금 여파로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