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로 유명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위스키 회사 디아지오코리아가 최근 영업소 지점장들을 급하게 이천 공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회사가 국내 사모펀드 그룹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메티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으로 윈저 운영권을 매각한 데 노조가 반발해 공장을 떠나자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영업소 지점장을 소집한 것입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3일부터 경기도 이천에 있는 이천공장 ‘리웍’ 라인 근무자를 지역 영업소 지점장으로 대체했습니다. 리웍 라인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위스키에 새로 한국어 라벨을 붙이고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태그를 부착하는 작업을 합니다.
수입한 위스키를 국내에 팔기 위해선 리웍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가짜 위스키 등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가 RFID 태그 부착을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2020년 이천공장 운영을 중단했음에도 리웍 라인을 유지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현재 공장에선 20여명 지점장들이 지역 영업소와 공장을 교대로 오가며 라벨을 붙이고 RFID 태그를 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리웍 작업은 4명의 생산 인력과 1명의 자재 인력이 담당했습니다.
디아지오는 지점장들이 라인 가동 중 생기는 기능 결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외부 용역도 들였습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위스키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대체 인력을 구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체 인력 투입이 노동법 위반이라는 점입니다. 현행 노동법은 노조법 24조에서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외부 인력 고용은 대표적인 대체근로입니다.
고용노동부도 디아지오코리아의 노동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3일엔 댄 해밀턴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중 하나”라면서 “경영에 압력을 가하는 목적인데 대체근무가 이뤄지면 파업은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선 디아지오코리아가 노조와 빨리 협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업소 지점장 대체 근무로 생산라인을 겨우 돌리고 있지만, 생산성은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디아지오코리아 리웍 라인 가동 속도는 기존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산 차질로 인해 유통 물량도 줄었습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달 들어 ‘조니 워커’와 ‘윈저’ 등 주력 위스키 제품 유통 물량을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축소했습니다. 영국 국민 위스키로 불리는 ‘벨즈’와 스카치 위스키 ‘올드파’ 물량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은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입니다.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약 2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3%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홈술’ 문화가 확산했고, 위스키도 수혜를 입은 것입니다.
위스키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일부 대형 유통 매장에서는 특정 위스키를 구입하려고 사람들이 매장 문이 열리자 말자 매대로 달려가는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만한 합의로 디아지오코리아의 노사 갈등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