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에서 피자 유학을 하고 온 만큼 가성비뿐만 아니라 품질로도 자신 있습니다" (배소현 신세계푸드 파트너)
신세계푸드(031440)가 정용진표 버거로 알려진 노브랜드 버거에 이어 '노브랜드 피자' 1호점을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선보였다. 피자헛, 파파존스와 같은 외국계 피자 브랜드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로 승부해 가맹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방문한 노브랜드 피자 대치점은 연면적 152㎡(46평)로 기존 노브랜드 버거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내부에는 주력 피자인 페퍼로니 피자가 경쟁사 피자와 함께 놓여있었다. 1만5900원이라는 가격을 내세운 노브랜드 페퍼로니 피자 옆에 2만5500원, 2만4900원인 타사 페퍼로니 피자가 배치돼있었다.
노브랜드 피자 메뉴 개발을 총괄한 배소현 파트너는 가장 높은 등급의 우육 페퍼로니를 사용한 짠맛이 강조된 미국식 피자라고 설명했다.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에는 페퍼로니 4~5개가량이 올려져 있었는데, 타사 페퍼로니 피자보다 짠맛이 더 느껴지진 않았다.
이 매장에서는 조각 피자도 판매한다. 포테이토, 페퍼로니, 슈프림, 치즈피자 등 1만원대 피자는 한 조각당 2900원, 베이컨 슈림프, 머쉬룸 스테이크 등 2만원대 피자는 한 조각당 3900원으로 책정됐다. 대치동 학원가에 자리 잡은 만큼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반경 2km 내에 20여 개의 피자 브랜드 매장이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해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기 위해 대치동을 1호 매장으로 선정했다"며 "직접 발효한 냉동 생지로 만든 좋은 품질의 피자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중저가 피자 가게를 공략한 프랜차이즈 운영으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브랜드 피자를 통해 글로벌 피자 브랜드와 경쟁하고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테리어 비용과 조리 장비 비용 등 창업 투자 비용을 줄여 예비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 버거가 타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소상공인의 투자 비용이 30%가량 저렴하듯 노브랜드 피자도 소상공인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브랜드 피자가 들어선 대치동 주변 피자집 상인들은 "대기업이 또 동네상권을 침해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노브랜드 피자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10년째 피자 가게를 운영 중인 한 피자 가게 매니저 김모 씨는 "우리도 1만6900원 정도의 저렴한 피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비슷한 가격대의 피자 사업을 하면 내일 당장 문 닫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라며 "이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비용으로만 한판에 5000원이 나가는 상황"이라고 한숨 쉬었다.
또 다른 한 피자 가게 점장 박모(33)씨는 "그저께 피자 가게 간판이 달려 이마트 피자가 문을 연다는 걸 알았다"며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대기업이 2000~3000원대 피자를 내놓으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그 가격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1만원 이하의 피자를 판매하는 박씨의 가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월평균 매출이 20~30%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피자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송 대표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일회성 비용 지원보다는 질을 높인 피자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노브랜드 버거가 이마트(139480)나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한 만큼,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