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가 공유주방 운영을 넘어 식품 직접 제조, 프랜차이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나섰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주문을 처리하는 배달 대행으로 외식 관련 데이터를 쌓은 만큼 식품 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음식점으로 식자재를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 진출도 예정했다. 대상그룹의 신선 식품 판매점인 초록마을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 시장 성장으로 주문을 처리했던 하청업체가 원청이 되는 지각변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바로고는 지난 1월 말 이사회를 열고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식품 제조업, 즉석식품제조가공업을 각각 추가했다. 아울러 일반음식점업과 휴게음식점을 새로 정관에 올리고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설립된 바로고는 배달 대행 스타트업으로 분류됐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배달 앱과 음식점주 등과 연결해 주는 근거리 물류 플랫폼으로 운영돼 왔다. 바로고에 등록된 배달 기사는 3만6000명, 제휴 음식점은 11만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로고는 2020년 문을 연 공유주방인 ‘도시주방’을 통해 식품 제조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유주방은 음식 배달 주문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식품위생법 등 현행법상 식품 제조업 허가에 필요한 음식 조리 등 시설 기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공유주방인 도시주방을 식품 제조 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바로고는 식품 제조는 물론 배달까지 한 번에 대응할 수 있다. 바로고는 서울시 마포구에 도시주방 1호점을 연 이후 서울 강남구 역삼 2호점, 서초구 고터 3호점 등 총 세 곳의 공유주방을 갖췄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바로고는 배달 수요가 많은 떡볶이 등 음식 개발 및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배달 음식 전문 브랜드 출범을 통한 일반음식점 등 운영은 물론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등으로 확장을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식점주 대상 B2B 식자재 유통 서비스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번 정관 변경에 음식용 집기 판매업도 새로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기나 채소 같은 식자재는 물론 장사에 필요한 부자재를 주문받아 배송하는 사업자 전용몰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배달 시장의 성장이 바로고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음식 정도에 한정됐던 배달 영역이 신선식품을 넘어 생필품 등으로 확장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50억원 수준이었던 바로고 매출은 2020년 770억원으로 증가했다.
바로고는 올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에서 5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11번가와 CJ(001040)는 물론 신한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8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등장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바로고의 초록마을 인수를 가장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를 지닌 초록마을 몸값이 600억원대로 책정됐지만, 바로고는 1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바로고 2대 주주인 독일의 배달 플랫폼 운영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바로고의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고 보고 있다. DH는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등 국내 배달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고는 이달 초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류직하 법무실장과 이상규 딜리버리히어로 전략 담당을 각각 신임 사외이사에 올렸다. 이 담당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기업 M&A 전문가로 바로고의 신사업 및 M&A 자문 등 역할을 맡았다.
바로고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사외이사 교체 등 이사회 구성 변경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