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이 감도는 로제와인. 발렌타인데이 연인과 함께 마시는 와인으로 로제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이비스 앰배서더 제공

발렌타인데이는 3세기 황제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젊은 남녀를 교회로 불러 혼인을 성사시켜준 죄로 순교한 ‘성 발렌타인’ 사제를 기념하는 축일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을 상징하던 발렌타인데이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과 편지, 선물을 주고 받는 날로 자리매김했다.

발렌타인데이용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로제와인’을 꼽는다. 핑크빛이 감도는 로제와인은 ‘로맨틱 와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름에 붙은 ‘로제(ROSÉ)는 프랑스어로 장미를 뜻한다.

스페인에서는 로사도(Rosado), 이탈리아에서는 로사토(Rosato)로 부른다. 장미라는 이름 때문에 장미꽃을 대신해 연인 사이에 로제와인을 선물하기도 한다.

와인잔에 담긴 분홍빛의 로제와인은 그 존재만으로 테이블의 분위기를 사랑스럽게 꾸며준다. 달콤한 맛과 산뜻한 향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즐기기에 이 만한 게 없다.

로제와인은 맛이 가볍고 전통적인 와인과 거리가 있다며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와인 전문가들은 로제와인이 레드 와인의 최초의 형태였을 것이라 추정한다.

와인 양조 초창기에는 대다수의 레드 와인이 바로 마실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따로 숙성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당시의 와인은 지금의 진한 붉은색보다 핑크빛에 가까운 색을 띄었을 것이란 점에서다.

(왼쪽부터) 로쉐마제 생쏘 그루나슈, 빌라엠 썸, 샤또 드 베른느.

로제와인은 포도 껍질과 과육을 같이 넣고 발효시키다가 색이 우러나오면 껍질은 제거하고 과즙으로 제조한다. 블렌딩을 할 때 레드와인을 섞기도 한다. 색은 옅은 분홍색부터 주황색까지 다양하다. 포도껍질을 함께 담가두는 시간이 길수록 색은 더 진해진다.

숙성기간이 짧은 로제와인은 레드와인에 비해 타닌(와인을 양조할 때 생기는 자연 방부제, 떫은 맛이 특징)감이 적다. 대신 과일의 맛이 두드러져 마시기가 편하다.

로제와인은 화이트와인처럼 섭씨 7~10도 정도로 약간 차게 마시면 좋다. 식전주나 가벼운 음식과 곁들여도 좋다.

로제와인의 대표 산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이다. 전형적인 지중해 기후인 프로방스는 겨울엔 온화하고 여름엔 덥다. 프로방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90%가 로제와인이다. 프로방스 외에도 ‘랑그독-루시용’이나 ‘꼬뜨 뒤 론’에서도 많이 생산한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위치한 샤또 드 베른느 와이너리의 전경. /신세계L&B 제공

프랑스의 국민 와인인 로쉐마제의 생쏘 그루나슈는 1만원대에 즐기기 편한 로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뱅드매일이 수입하는 로쉐마제 로제는 붉은 과일인 라즈베리와 딸기, 석류 등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이 충만하다. 가성비가 좋은 로쉐마제 생쏘 그루나슈는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로제와인 부문에서 베스트로 선정됐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 지아니 갈리아도가 만드는 ‘빌라 엠’의 로제 와인도 평가가 좋다. 특히 술이 약한 사람에겐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한 ‘빌라엠 썸(3)’을 추천한다.

이 술은 알코올 도수 3%의 약발포성 와인이다. 이름 속 ‘썸’은 알코올도수에서 따왔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의 아리송한 단계를 뜻하기도 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좋다.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으로는 샤또 드 베른느를 추천한다. 시트러스 향에 이국적인 과일의 풍미가 은은하게 풍기는 이 와인은 파스타나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라엠 썸과 샤또 드 베른느는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가성비와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