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한국의 조지 소로스’로 불리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에게 큰 인기를 끈 외식업체 GFFG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카카오게임즈(293490)·셀트리온(068270) 등 굵직한 바이오, 플랫폼 회사에 투자해 온 이 회장이 외식업체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GFFG는 서울 압구정을 중심으로 카페 노티드, 다운타우너, 호족반 등 6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GFFG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엔젤 투자자(창업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 관계자는 “관계사를 통해 GFFG에 투자했다”며 “단순 투자 목적으로 정확한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GFFG는 해외에서 16년 동안 유학한 이준범 대표가 2017년 창업한 외식업체다.

리틀넥(캐주얼다이닝), 다운타우너(버거), 카페 노티드(도넛), 호족반(한식), 클랩피자(피자), 웍셔너리(미국풍 중식) 등 6개 브랜드, 30여 개 매장을 전국 직영으로 운영한다.

이들 브랜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핫플’로 떠올랐다. 압구정을 중심으로 매장 앞에서 줄 서서 먹는 곳으로 유명하다.

유통업계에선 “GFFG가 압구정 상권을 살린 1등 공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창업 4년만인 지난해 매출 약 7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압구정 카페 노티드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홍다영 기자

압구정은 1988년 맥도날드 1호점과 인근 명품 거리를 시작으로 서울 최대 상권이 됐으나 임대료 급등으로 가게들이 떠나며 몰락했다.

압구정 임대인들은 2017년부터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했고 감각적인 가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태원 클럽과 홍대 주점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며 상권이 침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곳을 갈 수 없게 된 20~30대가 압구정을 찾으면서 상권이 살아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압구정 공실률은 7.4%(작년 3분기 기준)로 2020년 1분기보다 7.3%포인트 낮아졌다.

SK텔레콤 빅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에 따르면 작년 압구정 상권의 월평균 매출은 4092억원으로 국내 1위로 올라섰다.

1948년생인 이 회장은 연극배우 겸 연출가인 고(故) 이해랑 선생의 둘째 아들이다. 이방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형이고 이석주 화가가 동생이다.

이 회장은 연세대 졸업 후 1975년 완구 업체 조선무역을 세웠고 껴안으면 심장이 뛰는 곰인형을 선보이며 종잣돈을 모았다.

그는 외환위기 때 지역유선방송(SO)을 헐값에 사들여 케이블 업체 씨앤엠(C&M)을 세웠다. 2008년 씨앤엠을 호주 금융회사 멕쿼리 등에 1조4500억원에 매각하며 투자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이나 상장사에 투자해 왔다. 삼성생명·현대홈쇼핑·레고켐바이오·메디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역삼동 ING빌딩을 2009년 1400억원에 투자했다가 2011년 매각하는 등 부동산과 해외 유전에도 투자하며 ‘투자의 귀재’로 불렸다.

이 회장의 사위인 이승용 대표가 운영하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왓챠, 두나무를 비롯해 브랜디, 스타일쉐어, 정육각, 직방, 번개장터 등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회장의 개인 투자 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지분 33.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