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백화점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율 변동까지 위기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04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명품업계의 추가 가격 인상 전망이 나온다. 환율 변동을 이유로 수시로 가격을 올려온 명품업체들은 연초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에르메스가 주요 제품의 가격을 3~7%, 롤렉스가 7~16% 인상했고, 샤넬과 루이비통, 티파니 등도 조만간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수시로 가격을 인상해 온 만큼 이번 환율 변동을 계기로 추가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율 영향이 큰 면세업계도 환율 변동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면세점은 판매 금액을 달러화로 표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고객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내국인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 고객인 중국 보따리상들은 대부분 달러화로 계산을 한다”면서 “환율 인상으로 인한 환차익이 발생해 매출 증가 및 영업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순 있지만, 폭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선 원자재 구매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제 곡물가와 유지류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매출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비축 물량이 있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홉과 밀 등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주류기업은 아직까진 재고 물량이 있어 환율 상승 충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장기 계약으로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책(헤지)을 마련하고 있어 시장 영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주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구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구 제작에 필수인 목재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서다.

특히 주방용 가구에 주로 쓰이는 ‘파티클보드’는 단기 거래 방식으로 수급을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관계자는 “환율 변동 추이에 따라 파티클보드 수급을 조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또는 제조자디자인생산(ODM) 방식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영원무역(111770)한세실업(105630)은 달러 강세 수혜 업체로 거론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원무역은 수주 단가 상승과 함께 환율 인상으로 4분기 OEM 사업부 원화 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상황”이라며 “한세실업 역시 4분기 원화 매출이 13%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