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정보넷(키프리스)에 올라온 빙그레 매운콩라면 상표권 출원 시안. /키프리스 캡처

2003년 라면 사업을 접었던 빙그레(005180)가 팔도와 협력해 ‘매운콩라면’을 재출시한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계약을 맺고 ‘매운콩라면’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제품 생산 및 포장은 팔도가 맡고, 유통·판매는 빙그레가 전담하는 형태다. 빙그레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매운콩라면을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빙그레가 지난해 특허청에 ‘매운콩라면’ 상표권을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엔 ‘빙그레 라면 사업 재개설’이 돌았다. 빙그레는 올해 4월 ‘매운콩라면 B빙그레’ 상표와 제품 표지 디자인까지 출원을 마쳤다.

빙그레 측은 매운콩라면 재출시에 대해 라면 사업 재개가 아닌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매운콩라면을 그리워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주목하고 제품을 다시 출시하게 됐다”면서 “복고 트렌드를 겨냥한 마케팅 이벤트의 일환으로 봐달라”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1986년 라면 시장에 도전했으나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기존 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저자극성을 강조한 ‘이라면’, 화학조미료(MSG) 무첨가를 강조한 ‘뉴면’, 팜유 대신 콩기름을 사용한 ‘매운콩라면’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으나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1998년 출시된 매운콩라면은 당시 업계에 ‘팜유 vs 대두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라면 기업들은 ‘유탕면’을 제조할 때 팜유(기름야자의 과육에서 착유한 기름)를 사용했는데, 빙그레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토코페롤(비타민 E) 함량이 많은 콩기름이 좋은 기름이라며 차별화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2002년 라면 사업에서 328억원 매출에 35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한 빙그레는 결국 2003년 라면 사업을 접고 생산 라인을 모두 정리했다. 업계에선 빙그레의 라면 사업에 대해 ‘혁신성 추구로 생산비용은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사업 철수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