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문을 연 국내 고급 빙수 전문 브랜드 밀탑이 이달 현대백화점(069960) 14개 직영 매장을 전부 철수한다. 직영 중심에서 가맹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인데, 경영권이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본업 이외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밀탑은 현대백화점 측에 “내부 사정으로 이달 중에 운영중인 모든 점포에서 자진 퇴점하겠다”고 밝혔다. 밀탑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문을 열 때 첫 매장을 낸 뒤 14개를 현대백화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대형 점포에 직영점으로 입점시켰다.
밀탑은 빙수를 팔아 2013년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고, 영업이익 4억6000만원을 냈다. 얼음을 곱게 갈아 만드는 눈꽃빙수의 원조격으로 한 여름에는 주말 대기번호표가 999번까지 찍힐 정도였다. 주방에서 팥을 직접 삶고 얼음이 씹히지 않도록 부드럽게 간 뒤 제철 딸기를 냉동해 갈아서 만든 시럽을 넣는다. 대표메뉴인 밀크빙수는 1만원이다.
그러나 빙수가 대중화되면서 설빙 등 전문 프랜차이즈가 생겨나고, 아이스크림·커피 전문점이 자체 빙수를 고급화 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8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5억42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가 누적돼 결손금이 작년 기준 42억6000만원으로 불어나 자본잠식 상태다.
실적 부진은 경영권이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본업에 소홀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밀탑은 창업주인 김경이씨가 아들 라강윤씨와 함께 운영하다 2016년 옐로모바일 자회사 데일리금융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옐로모바일은 2014년 쿠차, 피키캐스트 등 스타트업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초고속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기업가치가 4조원에 달했으나 주식매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아 현재는 수십건의 송사에 휘말려 있다.
데일리금융그룹은 2018년 밀탑 지분을 유조이그린홀딩스란 회사에 넘겼다. 이 회사는 경영 컨설팅업을 하는 회사라고만 알려져 있다. 최대주주가 바뀐 뒤 밀탑은 지난 8월 코스닥 상장사이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터치 컨트롤러 칩을 만드는 멜파스의 최대주주 지분(6.51%)을 인수했다. 그러나 밀탑이 멜파스 주식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빌린 케이린파트너스가 주가가 급락하자 반대매매에 나서며 보유 지분이 없어졌다. 밀탑이 보유 지분을 잃기 전 강정훈 대표를 멜파스 대표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 현재 다른 주주와 경영권 분쟁 중이다.
밀탑은 올해부터 가맹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직영 사업은 본사가 제품 품질은 물론 고객 서비스를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주로 핵심 상권에 있어 임대료가 높고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직영점 철수와 관련해 회사 입장을 듣고자 밀탑 본사에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