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로 만든 액상형 달걀, 3D프린팅으로 만든 고기. 요즘 주목받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의 예다. 푸드테크의 부상 뒤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글로벌 식품 공급망을 흔들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등장으로 식품사슬의 환경 영향 문제가 부각되고, 개인의 건강이 중시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 있다. 푸드테크 산업은 국내외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에 이르는 전 식품사슬에 첨단기술을 동원해 식량안보 강화와 건강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국내외 푸드테크 산업 및 시장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국내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시장은 배달 플랫폼과 식품 배송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최근 대체 식품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CJ(001040), 신세계푸드(031440), 롯데푸드, 농심(004370) 등 굴지의 식품 대기업은 대체육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앞다퉈 연구·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식품 산업 전문가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대체 식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나아갈 길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대 푸드비즈랩(FoodBiz lab)을 이끌고 있다. 어떤 연구를 하나.
”식품 종자부터 시작해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에 비즈니스를 접목해 연구한다. 실제 식품 기업의 상품, 마케팅 컨설팅에 참여하기도 한다.”
푸드테크를 어떻게 정의하나.
”매우 광범위한 분야라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과 관련한 모든 단계에 정보과학(IT), 바이오, 나노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간 식품·외식 산업은 ‘로테크(저차원 기술)’ 산업으로 여겨졌지만, 푸드테크를 통해 ‘하이테크(고차원 기술)’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 푸드테크에 미친 영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서 밥을 먹게 되면서 ‘집밥 2.0 시대’가 열렸다. ‘밀키트(mealkit·간편조리세트)’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기존 가정간편식(HMR)보다 신선한 간편식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유통기한이 짧은 밀키트 특성상 관련기업들은 원료 수급과 선도 관리, 빠른 배송을 위해 치열히 경쟁한다.”
최근 국내에서 대체 식품 개발이 활발하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관련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체 단백질 개발이 활발하다. 사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콩고기나 두부, 두유 등 대체 단백질 식품이 보편화했지만, 최근에는 3D프린팅, 세포 배양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대체육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체 식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유의할 점은.
”해당 시장과 소비자(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예를 들어 미국은 대체육을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 등에 활용한다. 이런 제품에는 간 고기를 사용하는데 한국인은 생고기를 구워 먹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들여온 대체육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기 어려웠다. 또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두유(豆乳)가 대체 우유(牛乳)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서구권에서는 콩 특유의 향인 ‘콩취’를 싫어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래서 오트(귀리), 쌀, 코코넛, 아몬드 등 다른 소재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국내 푸드테크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식품 산업을 규제 대상으로 본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식품 위생이나 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품의 질과 생산성 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수다. 특히 민간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먼저 완화돼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식품 제조, 유통, 외식이 구분돼 각각 규제와 담당 정부 부처가 달랐지만, 푸드테크의 발전으로 해당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현실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