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 /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비건(채식주의) 레스토랑'이 문을 연다. 미래 먹거리로 대체육을 꼽은 농심이 비건 외식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것이다.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을 통해 독자 개발한 대체육 기술을 선보이고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착한 소비' 바람에 올라 탈 계획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달 말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할 총괄 셰프 채용을 진행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비건 지식 소유자나 비건·프랑스·샐러드·브런치 조리 경력자를 우대한다. 근무 조건은 정규직으로 연봉은 3500만~4500만원이다. 농심의 비건 레스토랑은 본사 외식사업팀과 메뉴 개발을 협업하며 매장을 운영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을 통해 '맛있고 친숙한 비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소비자에게 선보하기 위한 오프라인 채널로 비건 레스토랑을 준비하게 됐다"며 "농심의 비건 기술과 맛에 대한 인지도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농심 본사 전경. /농심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며 식품 업계에선 비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신 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 7월 회장 취임 당시 신사업으로 대체육을 거급 강조했다. 농심은 지난 1월 계열사 태경농산과 손 잡고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해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떡갈비와 너비아니 등을 선보였다.

농심의 대체육 사업은 그간 부친 고(故) 신춘호 회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을 확인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올해 2분기(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6479억원,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58%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이 78.9%인 상황에서, 농심은 라면 업계 1위를 수성(守成)하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 직후 "농심이 잘해온 것은 그대로 잘하고 잘못했던 것은 새롭게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9.6%씩 성장해 2025년 240억600만달러(약 28조46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도 비건 인구가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여 명에서 올해 25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착한 소비' 바람을 타고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 제품을 찾는 일반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