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부터)1945년 문을 연 SPC그룹의 전신 ‘상미당’. 아시아 최대 규모의 빵 생산 공장인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우리 제빵 기업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샤틀레점’.

국내 최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1945년 선대 회장인 허창성 창업주가 황해도 옹진군에 설립한 빵집 ’상미당’이 모체다. 6·25 전쟁 이후 월남한 허 창업주는 1948년 서울 을지로로 본거지를 옮긴다. 이듬해 ‘무연탄가마’를 개발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1959년 ‘삼립제과공사’로 이름을 바꾸고 제빵 기업으로 변모한 회사는 1968년 가리봉동에 공장을 내고 ‘삼립식품공사’로 사명을 바꿨다. 삼립식품은 1964년 출시한 크림빵에 이어 1971년 선보인 호빵 제품이 히트를 치며 국내 양산빵 시장을 장악했다.

1972년엔 (주)샤니의 전신인 한국인터내쇼날식품이 설립됐다. 1976년 창업주는 장남인 허영선에게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넘겼다. 차남인 허영인(현 SPC그룹 회장)은 1983년 한국인터내쇼날식품 대표로 취임했다.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갖게 된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은 양산빵의 수요가 줄자 외식업과 리조트 등 레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리한 확장으로 회사는 자금난에 빠졌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삼립식품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허영인 회장이 맡은 샤니는 1986년 서울 반포에 파리크라상,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내며 자리를 잡아갔다. 앞서 1985년엔 미국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과 공동 출자해 비알코리아를 설립하고, 1986년 배스킨라빈스 1호점을 내기도 했다.

1994년 태인샤니그룹을 출범한 허영인 회장은 2002년 법정 관리 중이던 삼립식품까지 인수하고 2004년 1월 1일 사명을 태인샤니그룹에서 SPC그룹으로 바꿨다. 현재 SPC그룹은 전국 6500여개 매장, 해외 43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작년 매출은 6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 그룹 지배구조 정점은 오너일가 소유 ‘파리크라상’

SPC그룹은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을 지배하고, 파리크라상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다. 파리크라상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63.5%,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이 20.2%,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이 12.7%, 허 회장의 부인인 이미향 여사가 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기업인 셈이다.

그래픽=이은현

파리크라상은 SPC그룹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파리크라상, 쉐이크쉑, 카페 파스쿠찌, 라그릴리아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한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005610)의 지분을 40.66% 보유하고 있다. SPC네트웍스(100%), 설목장(92%), SPC팩(70%) 등의 계열사에도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SPC삼립은 식자재 유통사인 SPCGFS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파리크라상 외에 SPC삼립(32.89%), 비알코리아(66.67%), 샤니(69.86%), SPC팩(30%) 등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SPC삼립은 3세인 허진수 부사장이 16.31%, 허희수 전 부사장이 11.9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왼쪽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진수 SPC 부사장, 허희수 전 부사장. /SPC그룹 제공 및 조선비즈DB

◇ SPC그룹 3세 승계 구도에 업계 관심 집중

1949년생인 허영인 회장은 올해 73세가 됐다. SPC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주목받는 이유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해 4월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PC삼립 주식의 절반인 40만주(지분율 4.63%)를 증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PC그룹의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됐다고 평가한다.

당시 증여로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에 대한 허영인 회장의 지분율은 4.64%로 줄고, 허진수 부사장은 16.31%(기존 지분율 11.68%)로 늘었다. 허진수 부사장은 자신보다 SPC삼립 지분이 더 많았던 동생 허희수 전 부사장(11.94%)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PC그룹의 남은 숙제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파리크라상의 지분 승계다. 이 외에도 비알코리아(66.67%), 샤니(69.86%)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승계 작업도 진행을 해야 한다.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두 형제에게 경영 수업을 하며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허 회장이 경영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승계를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