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맥주 제품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맥주 수입액이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맥주의 빈자리는 국산 수제맥주가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맥주 수입액은 1억647만 달러(1222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16년 7941만 달러(912억 원)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상반기 국가별 수입 맥주 원산지는 네덜란드가 12만2800톤(t)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2만7948톤)이 뒤를 이었다. 일본(3854톤)은 10위에 그치며, 지난해 연간 순위(9위)보다 한 계단 더 밀렸다.

일본 맥주는 2018년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8만6675톤)를 기록했으나, 2019년 여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로 불매 운동이 시작되면서 수입량이 급격히 줄었다.

수입 맥주가 힘이 빠진 반면 국산 수제 맥주들의 판매가 급증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소매채널이 확대됐고, 편의점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이색 상품을 선보이면서 마케팅을 확대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6억 원으로 전년(800억 원) 대비 37% 급증했다. 편의점 CU와 GS25는 올 상반기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41%, 242%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7월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9% 올랐고, 이마트24는 상반기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0% 뛰었다.

지난해 5월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맥주’는 지난달까지 600만개가 넘게 팔렸다. 또 속옷 전문기업 BYC와 협업해 지난 6월 내놓은 ‘백양BYC라거’는 한 달 만에 100만개 판매됐다. GS25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손잡고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하며 곰표 밀맥주에 도전장을 냈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캬 소리나는 맥주’(캬 맥주)를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야구를 모티브로 ‘SSG랜더스 라거’, ‘슈퍼스타즈 페일에일’, ‘최신맥주 골든에일’ 등 3종 맥주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한 수제맥주 오디션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경쟁력 있는 제조법을 갖고 있지만 대량 생산·유통이 어려운 중소형 수제맥주 양조업체를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2019년 불매 운동으로 일본 맥주가 큰 타격을 받았는데, 다른 수입 맥주가 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수제맥주에 뺏겼다”며 “특히 여름철 성수기 맥주 시장에서 단순한 디자인과 재미있는 상품명의 맥주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