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글로벌 유통 시장에 막강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BTS 효과로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기간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출은 58억9000만달러(한화 6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57% 신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6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순이익은 22억2000만달러(한화 2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순이익의 5배에 달했다.
해외 매체들은 맥도날드의 호실적을 ‘BTS 세트’ 출시 효과로 분석했다. 로이터통신과 CNBC는 맥도날드가 BTS와 손잡고 지난 2월 출시한 ‘BTS 세트’와 신 메뉴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한국 보이밴드 ‘BTS’와 함께 출시한 ‘셀레브리티’ 메뉴가 실적 상승에 불을 붙였다”고 했다.
50개국에서 출시된 ‘BTS 세트’는 인도네시아 등에선 배달 기사들이 몰려 일부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라색 컵과 너겟 포장지, 뜯지 않은 소스 등 포장지가 이베이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40달러 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맥도날드가 특정 연예인과 손잡고 전 세계적으로 세트 메뉴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과 함께 세트 메뉴를 판매한 적은 있지만, 미국 시장으로만 국한됐었다.
◇ 롯데칠성음료·코웨이도 BTS 효과 ‘톡톡’
국내 기업들도 BTS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맥주 클라우드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과 품목을 개선하면서 광고 모델로 BTS를 발탁했다. 앞서 칠성사이다의 모델로 BTS를 세웠던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광고 모델로 BTS를 재기용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BTS가 모델로 참여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영상 광고는 유튜브에서 송출 3개월 만에 조회수 300만회를 넘어섰다. 실적도 좋았다. 롯데칠성음료의 올 2분기 주류사업 부문(해외사업 포함) 매출은 1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BTS를 앞세운 맥주 마케팅을 계속 강화해 성수기 시장 점유율을 늘릴 방침이다.
롯데제과도 지난 5월 BTS를 자일리톨 껌 신규 모델로 발탁하고 지난 20일 신규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본 광고 앞서 공개한 티저 광고의 조회수만 160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BTS의 범 세계적인 영향력과 파급력을 통해 자일리톨 껌의 인지도를 넓히고 이미지 제고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코웨이(021240)도 동남아 시장 진출 선봉장으로 BTS를 내세웠다. 코웨이는 2006년 말레이시아 진출 이후 ‘한국형 렌털’ 시스템을 도입하며 현지 정수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현지 정수기 기업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는 등 현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게 효과를 봤다. 2015년부터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2015년 978억원이었던 코웨이의 말레이시아 매출은 2016년 1430억원, 2017년 3534억원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7085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웨이의 올해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모델로 발탁한 BTS가 매출 신장을 견인할 거란 예측이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는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가 많다. 코웨이도 이를 고려해 지난달부터 말레이시아를 겨냥한 BTS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9주 연속 빌보드 1위 자리 지킨 BTS…신드롬 언제까지
해외에서 BTS의 인기는 ‘신드롬’ 수준이다. 지난 5월 21일 발매한 ‘버터’가 7주 연속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다가 지난 9일 발매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가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번 주에는 버터가 다시 1위로 올라왔다. 빌보드에 따르면 핫 100 순위에서 자신의 곡들로 1위 자리를 바통 터치한 가수는 BTS가 14번째다. 하지만 자신들의 새로운 노래가 1위 자리를 대체했다가 이전 곡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은 BTS가 처음이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의 빌보드 1위의 경제 효과를 1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당시 문체부와 연구원은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해 BTS 소속사의 매출 규모, 한국은행 투입산출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구글 트렌드 검색량 등을 종합해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따른 효과 등은 제외했다. 연구원은 “국가 이미지, 국가 브랜드 등의 상향에 따른 상승효과 등을 추가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