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뚜기에 이어 라면업계 1위인 농심도 라면 가격을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만큼, 삼양, 팔도 등 후발업체들도 라면값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004370)은 다음달 16일부터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농심의 주력 상품인 신라면은 가격이 7.6% 인상된다. 안성탕면은 6.1%, 육개장사발면은 4.4% 가격이 오른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다”며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경영 비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뚜기(007310)도 다음달 1일부터 주력 상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12.6% 인상하는 등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린다.

농심, 오뚜기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삼양식품(003230)과 팔도 등 라면 가격 인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에선 대부분 라면 업체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급증해 라면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농심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게 될 것 같다. 다만 인상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팔도 관계자도 “가격 인상 요인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동결 쪽에 무게를 뒀었다”면서 “농심까지 가격을 올리기로 한 만큼 내부적으로 인상 규모와 인상 시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와 팜유의 가격은 급등한 상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소맥 현물은 1부셀(27.216kg)에 698센트에 거래됐다. 이는 1년 전 대비 31.6% 오른 가격이다. 이로 인해 국내 식품사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은 최근 업체들에 밀가루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팜유도 1톤에 4470달러로 전년 대비 68.3% 올랐다.

식품회사들이 일제히 라면 가격을 올리려는 것에 대한 소비자 반발도 감지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활성화 및 비상식량 비축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회사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올려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