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16년 4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좌담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등 대기업 규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조선DB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개인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며 경영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하림(136480)이 경영 승계를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003380)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계열사로 제이에이치제이(이하 JHJ)와 지포레를 편입했다. 두 회사는 하림지주나 계열 법인이 아닌 김홍국 회장의 네 자녀가 최대주주여서 향후 경영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JHJ는 지난해 9월 장남 김준영씨가 설립한 부동산개발업체다. 등기부등본 상 사업 목적에는 △택지 개발 및 대지 조성 △오수정화시설 설계 공사업 △부동산 관리 대행업 △채권 대금 회수 및 신용카드업 업무 대행 등이 기재돼 있다.

총자본 9600만원에 현재 4억7500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부채비율은 약 500%다. 지난해 매출은 0원, 영업손실은 100만원이다. 현재 이 회사는 준영씨가 대표이사로 25%의 지분을 갖고 있고, 김홍국 회장의 장녀인 주영, 차녀인 현영, 삼녀인 지영씨가 각각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법인 소재지는 전라북도 익산시 낭산면으로,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인 하림유통의 건물이 있는 곳이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동안 JHJ의 판매관리비가 100만원에 불과하고, 계열사 소유 건물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JHJ가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림지주 관계자는 "설립된지 얼마 안된 신설법인이라 아직은 매출 등 실적이 없지만 페이퍼컴퍼니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인세법 상 임대료 산정 기준에 맞춰 (JHJ로부터) 임대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 지배구조. /조선DB

또 다른 가족회사 지포레는 작년 10월 준영씨 등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하림지주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포레(옛 푸른조경)는 1992년 설립된 회사로 조경 시설물 설치 및 식재 공사, 조경수 생산 및 유통 등을 주업으로 한다. 작년엔 10억7500만원 매출에 1억7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포레는 기존 주주인 김남형씨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준영씨와 주영씨가 각각 25%, 현영씨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세 자녀가 70%의 지분을 소유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림 2세들이 지포레 지분을 얼마에 인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지주사나 계열사가 아닌 개인이 인수한 건으로 인수 금액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너 2세들이 소유한 JHJ와 지포레가 '올품'처럼 계열사 일감을 받아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부동산 관리업과 조경업은 대규모 농장을 운영·관리하는 하림그룹의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다.

직접 하림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지 않더라도 하림에 가금·축산물을 납품하는 계약사육 농가들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경영 승계를 앞둔 오너 2·3세들이 개인 회사를 설립한 뒤,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익을 편취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특수 관계 및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두 회사는 하림지주와는 무관한 회사"라며 "오너 2세들이 소유한 회사와는 내부거래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준영씨는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의 지분을 100% 증여받은 바 있다. 올품은 하림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다.

올품은 2012년 이전엔 700억~800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준영씨가 지분을 증여받은 후엔 연매출이 3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매년 700억원 가량의 매출이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부당지원이 있었다고 보고 현재 하림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공정위는 올 상반기 내에 전원회의를 열어 하림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행정소송 등의 절차로 전원회의 개최 일정이 지연됐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과장)은 "행정소송과 이후 후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전원회의 소집이 미뤄진 상황"이라며 "행정소송 이후 모든 절차가 완료된 만큼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