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식품업체들이 할랄(Hallal) 인증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8억 무슬림(이슬람교도) 인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해외 수출 비중이 크지 않던 기업들도 최근에는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국내외 인증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정치·사회적인 사안에 따른 불안정성이 높아, 그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고려하는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됐다.

할랄은 '허락된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인증이다. 이슬람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데, 국가별로 인정해주는 인증 기관이 다르다.

롯데푸드는 최근 파키스탄시장을 겨냥해 파스퇴르의 수출용 분유 브랜드인 '뉴본'에 대해 세계 5대 할랄 인증기관인 미국 이슬람식품영양협회(IFANCA)와 국내 사단법인 할랄협회(KOHAS)의 통합 인증을 받았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파키스탄에 분유를 수출할 예정이다. 롯데푸드는 분유 제품인 '위드맘'과 '그랑노블' 등은 인도네시아 기관인 리폼 무이(LPPOM MUI)로부터, 정제팜유 등 원료는 한국이슬람중앙회(KMF)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상태다.

파키스탄 수출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은 분유 브랜드 '뉴본'./ 롯데푸드 제공

롯데푸드 관계자는 "그동안 주된 분유 수출국은 중국이었지만 정치적인 사안 등 시장 불안정성 때문에 수출시장을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베트남, 캄보디아에 이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하면서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동원 김치참치'의 할랄 인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원F&B 관계자는 "그동안은 미국과 일본이 주력 수출시장이었지만, 수출 저변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에 이은 K팝의 인기를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방탄소년단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커피 음료인 'Hy 콜드브루 아메리카노'에 대해 최근 KMF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농심(004370)도 올 상반기 비건(채식주의자)용 채식 라면인 '순라면'을 비롯해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너구리우동 등에 대한 할랄 인증을 인도네시아 인증기관인 리폼 무이(LPPOM MUI)로부터 받았다.

할랄 인증을 받은 커피 음료인 'Hy 콜드브루' 제품. /hy 제공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만큼, 인구가 많고 성장잠재력이 큰 이슬람권 국가들을 꾸준히 공략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 무슬림은 약 18억명으로 추산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도 무슬림 인구가 우세하다. 2019년 세계은행(WB) 집계를 기준으로 인구 2억7000만명인 인도네시아는 전체의 약 87%가, 3200만명인 말레이시아는 61%가 무슬림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KMF)와 사단법인 할랄협회(KOHAS), 한국할랄인증원 등이 할랄 인증을 발급한다. 다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중 KMF와 한국할랄인증원 인증만 통용되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기관의 인증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출 시장별로 해당 국가의 기관을 통해 할랄 인증을 받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에선 오는 2024년부터 식품과 음료뿐만 아니라 의약품·화장품과 관련 서비스까지 할랄 인증을 받지 않으면 수입과 유통이 금지된다.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장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식품시장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 등은 자국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할랄 인증기관의 공신력을 따진다"면서 "인도네시아는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유통이 전면 금지되는 '할랄제품보장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4년 10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한국 식품 수출기업들도 사전에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