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셀처(Hard Seltzer) 시장이 국내에도 열릴 조짐이다. 하드셀처는 탄산수(Seltzer)와 알코올을 섞고 과일향을 첨가한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5% 내외에, 칼로리가 낮고 당이 적어 가볍게 술을 즐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주류사업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하드셀처를 낙점하고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망고 맛 클라우드로 하드셀처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지난 2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주류 사업부의 중장기 전략으로 하드셀처를 출시해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가볍고 건강하게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하드셀처 제품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롯데칠성음료가 가진 음료 제조 역량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해양조도 지난 1일 보해셀처를 편의점 GS25에서 출시해 시장 반응을 시험 중이다. 도수는 5도로 탄산수와 알코올만 섞은 ‘퓨어시티’와 유자향을 가미한 ‘유자러브’ 2종이 출시됐다. 또 아영FBC는 더티하드셀처 2종을,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복숭아 향 소프라 하드셀처를 판매 중이다.
주류업계가 하드셀처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서 혼자 가볍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0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류 트렌드’로 혼술(혼자 마시는 술·74.9%),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72.0%)에 이어 저도주(34.7%), 무알코올 술(15.5%)을 꼽았다.
이마트의 1~5월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26.4% 증가했고, 이달(6월 1~22일) 들어서는 41.5% 신장했다. 하드셀처 10종의 매출도 작년 하반기(7~12월)와 비교해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이 30%가량 증가했다.
앞서 이슬톡톡·망고링고 등을 경험한 국내 소비자에게 하드셀처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하드셀처가 기존 저도주·탄산주와 다른 점은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다. 하드셀처 1캔당(355ml) 칼로리는 90~110kcal로, 도수가 비슷한 맥주의 절반 수준이다. 이슬톡톡의 칼로리(1캔당 196kcal)와 비교해도 낮다. 또 밀과 보리로 만든 맥주가 10~15g의 탄수화물이 들어가는 데 반해, 하드셀처엔 2g 정도가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하드셀처는 ‘건강하게 술을 마시고 싶은’ 미국의 20~30대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6년 출시돼 하드셀처 붐을 이끈 화이트 클로(White Claw)의 경우 2019년 미국에서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버드와이저 매출을 추월했다. 2018년만 해도 미국 내 하드셀처 브랜드는 10개에 불과했지만, AB인베브와 부쉬 인베브, 스미노프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70여 개로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하드셀처 시장은 연평균 16%씩 성장해 2027년 145억 달러(약 16조1458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모순적이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한 술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하드셀처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선 이제 막 시장이 열렸지만, 홈술·혼술 열풍과 함께 수요가 확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