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CJ제일제당 고메 피자, 오뚜기 콤비네이션 피자, 풀무원 노엣지 꽉찬 토핑 피자. /각 사 제공

오뚜기(007310)가 장악하고 있던 냉동피자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고메 피자’를 앞세운 CJ제일제당(097950)과 ‘노엣지 피자’로 무장한 풀무원(017810)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말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3년도 안돼 24%포인트 줄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오뚜기의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은 40%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은 24%, 풀무원은 2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 그룹을 형성했다. 2018년말 냉동피자 시장점유율이 0.1%에 불과했던 풀무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냉동피자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오뚜기가 주춤하는 사이 두 회사가 연합해 냉동피자 시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냉동피자 시장 2위 그룹의 성장 요인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R&D)을 꼽는다. 국내 냉동피자 시장은 2018년 931억 원 규모에서 2019년 674억 원으로 28% 감소했다. 저가를 내세운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가성비에 혹해 냉동피자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맛과 품질에서 실망해 재구매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위 오뚜기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냉동피자 사업을 전개했다. 그 사이 2위 그룹인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냉동피자 기술력을 쌓아갔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인수한 미국의 냉동식품기업 슈완스의 자문을 받아 냉동피자 제품력을 보완했다. 풀무원은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최신 피자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2년간 연구개발했다. 그 결과 ‘엣지’ 끝까지 토핑을 덮을 수 있는 공정을 도입했다.

이러한 이유로 성장이 정체됐던 냉동피자 시장은 2020년 854억 원 규모로 반등에 성공했다. 에어프라이어의 대중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정간편식(HMR) 소비가 늘어난 점도 한 몫 했다.

업계에선 냉동피자 시장도 냉동만두처럼 맛과 질을 내세운 후발 주자들의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해태의 고향만두가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으나, 2014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작년말 기준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이 46%로 절반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고향만두의 해태(12%)는 3위로 주저앉았다. 2위는 ‘얇피만두’ 돌풍을 일으킨 풀무원(15%)이다. 업계에서는 냉동만두 시장의 지각변동을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지키기만 하다 R&D를 계속하는 2위 주자에게 역전을 허용하는 ‘1위의 저주’ 대표 사례로 꼽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콤비네이션, 불고기 등 기존 익숙하고 다소 식상한 메뉴 중심으로 운영되던 냉동 피자 시장에 새로운 메뉴로 새로움과 신선함을 제공한 점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도 “판매가 예상보다 늘며 지난해 냉동피자 목표 매출액을 1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재조정했다. 최종 매출액은 335억 원으로 10% 이상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후발주자들의 신제품 출시로 냉동피자 시장 자체가 성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은 우리 점유율의 절반 수준”이라며 “1위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R&D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