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식품기업 대상그룹의 임창욱(72) 명예회장이 대상(001680)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업계에선 두 딸로의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지난해 실적 호조로 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사진)은 지난 11일 보유 중이던 대상 보통주 16만5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평균 처분 단가는 2만9043원으로, 총 매도금액은 47억9200여만원이다.

임 명예회장이 매도한 물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상 지분의 40%다. 이번 매도로 임 명예회장이 보유한 대상 보통주는 40만9670주에서 24만4670주로 줄었다. 지분율은 1.18%에서 0.71%로 감소했다.

임 명예회장이 장내에서 대상 보통주를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명예회장이 대상 주식을 판 목적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대상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면서 “주식을 팔아 얻은 현금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임 명예회장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대상의 주가는 다소 하락한 상태다. 대상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2만8100원으로 임 명예회장의 매도가보다 3.2% 가량 낮다.

업계는 임 명예회장의 지분 정리를 경영 승계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분석한다. 앞서 대상그룹은 지난 3월 임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를 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와 대상의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3세 경영 본격화를 공식화했다.

대상그룹 지배구조

1977년생인 임 부회장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2년 12월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아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했다. 2016년 전무 승진 후에는 대상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아 왔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084690)의 지분 20.4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대 주주는 임 부회장의 동생인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중역 전무다. 임 전무는 대상홀딩스의 지분을 36.71% 보유 중이다. 임 전무는 올초 출산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전략담당 중역으로 신사업 발굴과 투자, 경영 목표 수립, 각종 프로젝트 진행에 직접 참여해 왔다.

1980년생인 임상민 전무는 이화여대 사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뒤 2009년 대상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0년부터는 그룹의 핵심인 전략기획본부로 옮기며 ‘전략통’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5년 금융인 국유진씨와 결혼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은 지주사를 통한 회사 지배구조도 안정적이고, 임세령·상민 자매의 지주사 지분율도 견고한 상황”이라며 “주식 시장 상황도 좋고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팔기엔 최적기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은 현재 리더십 변화에 따른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7월엔 STS개발 주식회사에 신설동 본사와 별관, 상봉동 사옥을 1450억원에 매각했다. 1973년 준공된 신설동 사옥은 대상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임대홍 회장과 2대 임창욱 명예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장소로 유명하다. 2013년엔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 작업까지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결국 사옥을 매각했다.

사옥을 정리한 대상은 올 하반기 종로구 인의동 ‘종로플레이스 타워’ 입주를 앞두고 있다. 대상 본사 임직원은 대부분 종로플레이스에 입주할 예정이지만 상봉동 사옥 근무인원은 임대 규모에 따라 입주 인원에서 조정될 수 있다.

대상 관계자는 “흩어진 부서를 한데 모으면서 결속과 업무 효율성을 함께 도모할 방침”이라면서 “다만 세부 사정에 따라 일부 인원은 일시적으로 흩어져 근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은 대상은 신사옥 입주 후 내부 결속력 및 업무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